백텀블링 후 하반신 마비된 초등생…부모 “응급조치 안한 관장 잘못”[영상]

2025-11-13

체육관서 백텀블링 연습 후 통증 호소

“운동도 좋아하고, 아이돌 춤도 곧잘 따라 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걸을 수 없게 됐어요. 너무 억울합니다.”

충북 괴산군에 사는 김모(46)씨는 6개월 전 하반신 마비를 진단받고, 재활치료 중인 딸 김모(8)양을 볼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김양은 지난 5월 20일 괴산의 한 합기도 체육관에서 백핸드 스프링(백 텀블링) 연습을 하던 중 착지 과정에서 등과 허리를 잇는 척추에 충격을 받는 사고를 당했다.

김양은 부모와 함께 괴산과 청주, 서울쪽 병원을 돌며 척추 신경계 검사를 했고, 사고 이튿날 ‘하반신 마비’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어머니 김씨는 “의사 선생님께 ‘이제 아이는 못 걷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며 “반년째 휠체어 생활을 하며 재활치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 설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상태”라며 울먹였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양은 사고 당일 오후 5시 30분쯤 관장 A씨(50대)의 지도를 받으며 한 차례 백 텀블링을 했고, 그 뒤로 등 쪽 통증이 지속했다고 한다. 체육관을 나설 때는 다리가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사고 당시 체육관 폐쇄회로TV(CCTV)에는 김양이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는 ‘하이 브릿지 자세’를 하자, A씨가 김양 허리춤을 받치며 뒤돌기를 돕는 장면이 나온다. 김양은 몸을 한 바퀴 돌자마자, 왼쪽 다리를 구부리며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이후 허리 쪽에 손을 짚은 채 20여 초 동안 바닥에 누워있다가 일어섰다. 김양은 일어선 뒤에도 두 손으로 허리를 잡고 어딘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피해 부모 “아프다 말했는데 스트레칭 진행”

경찰에 따르면 김양은 사고 이후에도 30분 정도 스트레칭 등 훈련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김양이 허리를 두드리거나,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 관장 A씨는 이를 눈여겨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아이가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A씨에게 했지만, 당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스트레칭을 더 시켰다고 한다”며 “집에 가려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아이가 그대로 주저앉은 뒤 일어서지 못했다. 학원 승합차를 타고 귀가를 했을 땐 A씨 등에 업혀있었다”고 말했다.

부모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김양은 결국 척수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ASIA-A레벨 판정을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김양은 3년 전부터 해당 체육관에서 합기도를 배웠다. 평소 에스파·아이브 등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 춤추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김씨는 “딸은 감기 외에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었고,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건강한 아이였다”며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경찰, 50대 관장 업무상 과실치상 적용

김양 부모는 사고 당시 관장 A씨의 안이한 대처를 원망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가 부상 직후 즉시 이송됐더라면 하반신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을 것”이라며 “아이가 백 텀블링을 연습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매트 두께가 1㎝에 불과해 후유증이 더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분이 오로지 체육관장의 자체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비슷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 체육시설 안전관리와 지도 자격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양 부모 주장에 대해 A씨는 경찰에서 “체육관 사고와 하반신 마비와의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며 “사고 직후 김양의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직후 “김양 행동 하나하나 놓친 것이 많이 후회된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다”며 김양 부모 측에 사과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병원비 등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가 되지 않은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중앙일보는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최근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관계자는 “A씨가 업무상 주의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양쪽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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