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하면서 고소한 중국 국수 딴딴면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대략 2000년대 이후다. 하기야 중국에서도 널리 퍼진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사천에서 비롯된 이 국수가 북경에까지 퍼진 시기는 거의 1990년대 후반이다. 폐쇄된 공산사회에서 개혁개방 선언 이후 한참 지나 이동의 자유가 허용되면서부터다.

사실 딴딴면은 기원 그 자체부터 꽤 늦다. 전해지는 말로는 19세기 중반에야 생겨난 국수다. 맛이 좋아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인데 왜 이렇게 늦게 생겨났고 한참 후에야 유행을 탄 것일까?
딴딴면의 기원과 전파 과정을 살펴보면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운 중국 음식 문화사를 엿볼 수 있다. 딴딴면의 이름에 그 단초가 있다.
중국 이름 딴딴면을 한자로는 담담면(擔擔麵)이라고 쓰는데 담(擔)은 (짐을) 메다, 짊어진다는 뜻이다. 딴딴면은 그러니까 음식 행상이 지게 양쪽 끝에 국수통을 매달이 짊어지고 다니면서 팔았기에 생긴 이름이다.
관련해서 전해지는 유래설이 있다. 1841년 사천성에서 천바오바오라는 사람이 만들어 팔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천바오바오는 유명 요리사도 아니었고 노점이나 포장마차 주인도 아니었다. 국수를 지게에 메고 돌아다니며 팔았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던 가난한 지게 행상이었다. 지게 한쪽에는 삶은 국수통을, 다른 한쪽에는 땅콩 소스통을 달아 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국수를 비벼 팔았다.

바꿔 말하면 애초의 딴딴면은 가난한 행상이 팔았던 길거리 서민 국수, 막노동꾼인 쿠리(苦力) 내지 빈민들이 사서 먹던 그런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고급스런(?) 국수로 대접받는 딴딴면인데 그 출발은 왜 그토록 비천했을까? 게다가 맛있는 국수인데 왜 음식의 역사치고는 상당히 늦은 19세기 중반에야 처음 선을 보였다는 것일까?
이유는 딴딴면의 주재료인 땅콩에 숨어있다. 딴딴면 재료의 핵심은 참깨 소스와 땅콩 소스다. 이중 마장(麻醬)이라고 하는 참깨 소스는 살짝 거드는 역할이다. 다시 말해 풍미를 살리는데 쓰일 뿐 중심은 땅콩 소스다.
남미가 원산지인 땅콩이 중국에 처음 전해진 시기는 명말청초인 16세기 말, 17세기 초,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인도의 고아를 통해 광동과 광서, 운남성으로 퍼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을 거쳐 복건성으로 전해졌다.
명말청초 지방 관청 기록인 현지(縣誌)등에 땅콩으로 보이는 작물에 관한 기록이 보인다. 중앙의 문헌으로는 『물리소식』에 관련 기록이 실려있다.

어쨌든 땅콩은 명나라 후반 남부 연안 지방에서 재배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퍼진 것은 18~19세기 청나라 중후반 이후다.
중국에서는 땅콩을 하찮게 여겼던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처음부터 땅콩을 귀하게 여겼다. 잔치상에 놓는 진귀한 견과류(筵席珍貴之物)였고 그래서 건륭황제의 연회상에도 올랐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서역에서 전해진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의 견과류와 참깨 등을 장수식품으로 여기며 환상을 품었기에 땅콩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땅콩의 옛 이름에도 그런 인식이 반영되어 있으니 먹으면 만년을 사는 앨매라고 만수과(萬壽果), 장수한다는 장생과(長生果), 인삼에 버금간다고 해서 인삼 콩(人蔘豆) 등으로 불렀다. 이런 별명을 가졌던 만큼 땅콩은 처음 귀족과 부유층에서 먹는 견과류였다.
이랬던 땅콩이 일반 평민도 먹을 수 있는 견과류로, 심심풀이 군것질거리로, 또 서민의 음식 재료로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광동과 운남 복건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됐던 땅콩이 하남과 하북, 산동까지 재배 지역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게 되면서부터다.
그 시기를 대략 19세기 중후반으로 추정하는데 딴딴면이 1841년에 생겨났다는 유래설과도 대충 시기가 일치한다. 딴딴면이 뒤늦게 선보인 이유 중 하나다.

누가 처음 땅콩 소스를 재료로 딴딴면을 만들어 먹을 생각을 했을까? 천바오바오라는 음식 행상이 만들어냈다는 유래설은 그저 이야기일 뿐이고 음식사학자들은 참깨 국수인 마장면(麻醬麵)에서 비롯된 음식일 것으로 짐작한다.
중국에서는 먼 옛날 서역에서 전해진 참깨를 불로초로 여기며 장수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상류층에서는 참깨 국수, 마장면을 별미로 즐겨 먹었다. 하지만 이런 마장면이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다 땅콩이 대중화되면서 비슷하게 고소한 맛을 내는 땅콩으로 마장면과 닮은 국수를 만들어낸 것이 딴딴면의 시작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다시말해 좋은 음식을 먹고자 하는 서민들의 염원이 담긴 음식이라는 것이니 딴딴면의 기원이 그 이름만큼이나 독특하다.

![집집마다 다르게 담가 먹던 술과 식초....전통의 살림과 그 지혜[BOOK]](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1/21/f0e936bd-b7fa-4391-8243-086b10f37055.jpg)

![[마켓트렌드] 낭만 가득한 겨울 캠핑의 맛… '먹핑족' 위한 간편 조리 필수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18/news-p.v1.20251118.e3fde82f987749a0a67ca6a62c3c5932_P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