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1·2위 조선 업체 간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견제에 맞서 주력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대형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올 들어 시가총액 수천억 위안에 달하는 국유기업의 M&A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4일 중국선박은 중국중공 주주에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중국중공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피합병 법인인 중국중공은 합병 완료 후 상장폐지되며, 이를 통해 중국 최대 규모의 조선 업체가 출범하게 된다. 이번 합병은 중국 본토 A주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합병 후 중국선박은 총자산 4000억 위안(약 77조 3500억 원)으로 HD현대중공업(20조 원)의 네 배에 달하게 된다. 지난해 중국선박이 154척, 중국중공이 102척의 선박을 수주했는데 두 회사가 확보한 물량으로만 지난해 전 세계 물량의 17%를 차지한다. 앞서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을 합병해 중국선박만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내 1·2위 업체 간 ‘제 살 깎기’식 출혈경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중국 조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인위적인 M&A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서 상장사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는 ‘M&A 6대 조치’를 내놓으며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최근 주력 산업에서 출혈경쟁이 격화하자 M&A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인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당국의 M&A 활성화 정책 발표 이후 이달 5일까지 A주 상장사 2400개 이상이 M&A 관련 공시를 했다. 특히 대형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가 확산되며 A주 시장에서 수천억 위안에 달하는 초대형 M&A도 3건이나 진행됐다. 중국선박과 중국중공 M&A에 앞서 올 1월에는 궈타이쥔안과 하이퉁증권이 합병을 통해 자산 1조 6000억 위안(약 309조 원)의 초대형 증권사로 재편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말 금융공작회의에서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월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몇몇 최고 수준의 투자은행(IB)을 육성하라”고 촉구한 지 1년여 만이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의 증권 감독 규제 기관도 금융 부문 통합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2035년까지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IB 2∼3개를 보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월가 IB를 포함한 글로벌 금융사들과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올 5월에는 중커하이광(하이곤)과 중커수광(수곤)이 합병을 선언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와 서버 제조 업체를 합병해 반도체 굴기를 가속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제일재경은 “향후 M&A 시장에서는 산업 통합과 산업 변혁·고도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상장기업 간 흡수합병·통합 시도 역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