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한 고용전망 결과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취업자 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전제로 앞으로 고용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진단하겠다는 취지다.
한은이 17일 발표한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수 추세 전망 및 시사점’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평균 10만 명대 후반에 머무르며 장기평균(2011~2023년 연평균 34만 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단기 경기 요인보다는 인구와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추세 취업자수’ 감소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추세 취업자수란 경기 요인을 발라낸 구조적 고용 증가 흐름을 뜻하며 15세 이상 인구, 경제활동참가율, 자연실업률 등에 의해 결정된다. 주요국은 이를 근거로 실제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추세 취업자수 증가 규모를 상회하면 고용 호조로 평가한다. 하회시는 그 반대다. 이러한 개념은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은이 고용지표 해석에 새로운 정책 가늠자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는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령층 유입에도 핵심 연령층(30~59세)의 참가율 정체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 올해 5월 기준 취업자수는 추세를 밑돌아 전반적 고용 여건이 부진함을 시사한다.
한은 추정에 따르면 2032년경부터 추세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2050년경 취업자수 총규모는 2040년의 90%에 머물 전망이다.
이러한 영향은 2050년경 자본 투입과 생산성 증가를 감안해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 중반에서 등락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 후생 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GDP 증가율 역시 구조적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줄면 분모가 감소해 1인당 GDP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취업자 수가 인구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 경우 이런 효과는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2030년경부터 1인당 GDP 증가율도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고령화 심화는 연금과 의료비 지출 부담을 급격히 키울 전망이다. 한은 추정에 따르면 현재 GDP 대비 약 10% 수준인 연금·의료비 지출 비율이 2050년경 20%로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고용 둔화는 단기 정책으로 극복이 어려워 생산성과 경제활동참가율을 동시에 제고하는 장기적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시나리오 분석 결과 경제활동참가율이 4%포인트 추가 상승하면 취업자 감소 시점이 5년가량 늦춰지고 2050년에도 취업자 규모가 2024년 대비 약 95%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 경우 1인당 GDP 성장률은 연평균 0.3%포인트 높아지고 연금 및 의료비 지출 비율은 1.3%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은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속적 정책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산율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 발생할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활용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산성 향상 역시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신성장 산업 육성, 교육 제도 개편, 경력단절 해소, 은퇴 고령층의 계속고용 확대 등은 청년, 여성, 고령층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