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원양어선에 AI챗봇 보급…HD현대는 '산업용 한국어시험' 개발

2025-08-20

정부 차원의 제도적 통합이 여전히 더딘 가운데 현장에서는 이미 ‘이주노동자 맞춤형 대응’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추세다. 제조업과 원양어업처럼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업계 차원의 대응은 더욱 발 빠르다. 인공지능(AI) 활용부터 현장형 한국어 교육과 고급 인력 육성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을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006040)은 최근 GPT 기반 다국어 AI 챗봇 ‘튜나 버디’를 개발해 참치잡이 원양어선단에 보급했다. 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 등 7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이 챗봇의 개발 과정에는 다국적 직원들까지 참여했다. 40여 척의 원양어선에 오르는 외국인 선원들이 안전 규정, 조업 절차, 물품 현황을 쉽게 확인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이 회사 조업 선원 중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외국인의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단순 편의 차원을 넘어 조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결과도 낳았다. 선박별로 다른 보고 서류나 조업 규정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조업을 위한 핵심 아이디어까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해 중인 선원의 복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품의 배송 상황도 조회가 간편해졌다. 사고 방지 측면에서도 튜나 버디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강도·장기체류 산업에서 언어 소통 장치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안전 용어의 정확한 이해 여부가 산업재해 발생률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육상 제조업 현장에서도 외국인 맞춤형 교육은 필수 과제가 됐다. 원양어업 못지않게 신규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이 많은 조선 산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올해 3월 외국인 근로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사내 뿌리아카데미관에서 ‘HD TOPIC’을 시행했다.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안전·보건 용어를 중심으로 조선 산업에 특화된 한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시험을 울산대와 공동 개발했다. 일상생활 중심이던 기존의 공인 한국어 능력 시험은 실무상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에서다.

언어 교육뿐 아니라 외국인 산업재해를 직접 예방하기 위한 설비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 정지 센서와 원터치 비상 스위치 같은 장비 확충이 자주 활용된다. 박영걸 DI동일 시화공장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쉽게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비를 바꿔나가고 있다”며 “경공업 특성상 자동화가 필수는 아니지만 외국인 안전사고 방지에는 분명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이제 이주노동자의 단순 유치를 넘어 고급 인력을 육성하는 과정에도 직접 뛰어든다. 동원산업은 고급 선원인 해기사(항해·기관·통신사)를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학생을 유치 중이다. 한국해양마이스터고 등에 소속된 유학생들의 선발 과정과 생활비 전반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주로 기관사로 육성되지만 항해사로도 길이 열려 있다. 지난해 4명에 이어 올해도 10명이 이런 경로로 동원산업 해기사로 고용됐다.

현장에서는 이미 이주노동자들을 ‘임시 인력’이 아닌 장기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외국인들은 본국에서 고학력자로 통하기에 습득력과 잠재성도 높다는 평가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구 감소와 한국 젊은 층의 현장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외국 인력 유치와 적응에 자원 투입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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