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증원 관련 “일방 추진이 문제…소통·협상 끌어내야”
이재명 후보엔 “경기지사 때 감염병 위기에 빠르게 대응”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퇴임 후에도 공직자·학자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대부분의 언론 인터뷰를 고사하고 대중 강연에만 가끔 모습을 비췄다. 그러던 그가 지난 4월 말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불법계엄으로 인한 분노와 내란으로 인한 불안”이 선거 정치에 몸담는 선택을 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특히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보며 비이성적인 폭력이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선대위원장 제안을 하루 만에 수락했다.
“제안 전화를 받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첫 번째는 불법계엄으로 인한 분노, 두 번째는 내란을 일으킨 기득권 세력이 다시 주도권을 잡으려고 계속 시도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죠. 세 번째가 폭력에 대한 불안이었어요. 서부지법 폭동을 보며 다툼이 단순한 정쟁에서 끝나지 않고 조직화된 집단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이번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 위원장은 캠프 합류 직후부터 매일 유세 현장에 나갔다. ‘골목투어’를 하며 불법계엄 이후 더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많이 만났다. 의대생 1학년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도 만났다. 예과생인 딸이 학교에 가지 못해 스트레스가 커서 정신과를 다닌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빨리 의대 교육 정상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의·정 갈등의 문제 핵심은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이뤄진 2000명 증원’이라고 했다.
그가 보기에 차기 정부의 숙제는 ‘신뢰 회복’이다. 그는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 간병 인력까지 고려한 종합적 인력 양성 방안이 나와야 한다.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기에 소통과 협상을 끌어낼 정치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에 대해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는 유능한 행정가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매일 아침 정부 부처 비대면 회의에서 마주하며 실무 협의를 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이 방역 대응에 지방자치단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았던 것”이라며 “감염병 위기는 중앙정부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의 대응이 중요한데, 경기도는 도지사가 리더십을 가지고 빠르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신천지 신도 명단을 빠르게 확보해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생활치료센터를 지자체가 나서 일찍 확보한 것을 예로 들었다.
선거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선대위원장 제안을 받을 때 이후 거취에 대해 제안받거나 이야기한 바가 전혀 없다”며 “지금은 선거에만 집중할 시기”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