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에 대한 윤리적 나침반 제시
AI 기술에 대한 경계와 희망, "기술 속 인간다움을 강조"
디지털 공간, '새로운 인간 관계의 장'
기술을 찬양하기에 앞서, 인간을 먼저 보아야
[디지털포스트(PC사랑)= 정혜]
2025년 부활절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에서 가자 지구·우크라이나 등 전쟁 중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평화의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전한 뒤, 다음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다. 교황 재임 12년을 한결같이 낮은 이들과 함께 했고, 기득권 교회의 혁신을 위해 헌신했으며, 이 생에서의 마지막 순간도 자신의 사명을 묵묵히 행했던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AI 기술에 대한 윤리적 나침반 제시
2014년 우리나라는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깊이 위로했으며,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온 마음으로 힘썼다. 특히, 그가 인류의 평화를 위해 남긴 메시지 중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우려에서 멈추지 않고, 인류의 평화를 위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며 그 어떤 환경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이 신념을 지켰으며 기술의 방향을 묻는 윤리적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그는 끊임없이 강조했다.
"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인간은 결코 기술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AI 기술에 대한 경계와 희망, "기술 속 인간다움을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AI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바라보며 한편으로 경외를 표했지만, 동시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 그리고 공동체적 삶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2020년 바티칸에서 세계 기술기업과 학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Rome Call for AI Ethics)'을 선포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Pontifical Academy for Life) 주도로 발표된 이 선언은 AI 개발과 활용에 있어 인간 중심적 접근을 촉구했으며 교황은 이 선언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언은 인간 중심적 기술 개발을 위해 투명성, 포용성, 책임성, 공공선, 인간 존엄성 등 다섯 가지 핵심 가치를 제시했다.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IBM 등의 글로벌 기업들도 이 선언에 서명하면서, 기술 윤리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명확히 말했다.
“The developm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 must always be at the service of human dignity and the common good.”
"인공지능의 발전은 언제나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는 기술이 가져오는 편리함이나 경제적 이익보다, 기술이 인간 사회에 끼치는 윤리적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알고리즘이 차별과 배제를 강화하는 위험"에 대한 경고는, 오늘날 AI 기술의 부작용을 정확히 예견한 것이었다.
디지털 공간, '새로운 인간 관계의 장'
2024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교황은 디지털 공간을 '새로운 인간관계의 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세계에서도 사랑과 연대, 존중과 책임의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The inherent dignity of every person must be the essential criterion in evaluating emerging technologies."
"모든 인간이 가진 고유한 존엄성이야말로 새로운 기술을 평가하는 데 있어 본질적인 기준이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결국 기술 자체가 인간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디지털 인간성(Digital Humanism)'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기술이 인간적 만남과 공동체 의식을 확장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을 찬양하기에 앞서, 인간을 먼저 보아야
프란치스코 교황의 AI 윤리에 대한 호소는 단순한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국제사회에서도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2021년 유네스코(UNESCO)는 'AI 윤리 권고안'을 역사상 처음으로 채택하며, 인공지능 개발과 사용에서 인간 존엄성과 인권 보호를 최우선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공동 기준 마련에 합의하는 등, 디지털 윤리에 대한 세계적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하기 전까지도 끊임없이 강조했다. 기술을 찬양하기에 앞서, 인간을 먼저 보아야 하고, 공동선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점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AI는 디지털의 수학적 모델을 통해 정보를 이해하고 검증하는 피드백(Feedback)을 수차례 반복해 실제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우리의 삶과 행동 양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와 AI 윤리가 필요하다.
최근 대형 언어모델(LLM)에서 발생한 편향성과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기술이 윤리적 가이드라인 없이 발전할 경우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인간을 향한 AI 기술, 평화를 향한 선택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기득권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았으며, 경제적 이익 앞에서 인간 존엄을 외면하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을 인간적 가치를 확장하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일깨웠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연대를 더욱 빛내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유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가 정치적 대립의 장이 아닌, 구습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맞춰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때이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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