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파워맨 47인

지금, 트럼프 2.0시대에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끌고, 세계 경제와 안보 지형을 새로 그리고 있을까요.
트럼프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듯 보이지만, 늘 상황을 살피고 참모들 말을 경청하는 태도로도 유명합니다. 행정부 안팎에서 트럼프와 그가 펼치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드립니다.
지난해 트럼프와 공화당에 선거자금 1만 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기부한 미국인은 1만1300여 명입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개인과 기업은 1100여 곳이고요.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고액 기부자 명단과 트럼프가 지명한 고위 공직자 850여 명 명단, 주요 싱크탱크 보고서와 미디어를 다각도로 분석해 미국 47대 대통령을 둘러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7인을 추렸습니다.
미국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0월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유세 현장.
“미국은 미국인을 위한, 미국인만의 것입니다.”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선임 정책고문을 맡았던 스티븐 밀러(40)가 연단에 올라 이렇게 외치자 관중은 환호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트럼프 후보.
“취임 첫날, 나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추방 프로그램을 시작해 범죄자들을 내쫓을 겁니다.”
이날 무대는 트럼프 2기에서 펼쳐질 반(反)이민정책 예고편이었다. 취임 후 트럼프는 대대적인 불법 이민 추방 작전을 개시했고, 이를 막후에서 총괄 지휘하는 참모가 밀러다.
밀러는 트럼프의 이민정책 설계사로 불린다. 반이민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쌓고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며 정책을 이끌고 있다. 국토안보장관(크리스티 노엄)과 국경 차르(톰 호먼)가 트럼프의 손발이라면, 밀러는 브레인이다.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에도 밀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조한 실적을 질책하며 체포 인원수를 늘리라는 밀러의 지시가 대대적인 단속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이민 정책은 트럼프의 국정 운영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이민정책을 맡았던 밀러는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갖고 2기 백악관에 복귀했다. 공식 직함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 고문’이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상급자지만, 선거 전문가 출신인 와일스는 정책이 손에 익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어 정책에 관한 한 밀러가 사실상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비서실장은 그가 하는 일에 비해 겸손한 직함(NYT)이라는 평도 있다.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 미국에서 이민을 극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밀러의 사고방식, 그걸 이해하면 향후 한국인 불법 체류와 비자 문제의 향배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트럼프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신념을 꽃피우고 있는 밀러, 그가 ‘반이민 광신도’(가디언)로 불리게 된 배경은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