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차로 두시간가량 떨어진 울런공. 광산업과 중공업으로 성장한 이 도시는 한때 산업 쇠퇴로 침체를 겪었지만, 지금은 ‘지역 기반의 기술 창업’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울런공대학교(UOW)의 창업지원센터 ‘아이액셀러레이트(iAccelerate)’다.
아이액셀러레이트는 2011년 창립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독립 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52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1182개의 일자리와 5억5000만 호주달러(4882억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아이액셀러레이트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포용성’이다. 여성, 지역주민, 사회적 기업 등 기존 창업 생태계에서 소외됐던 이들을 주 타깃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 입주기업의 평균 48%가 여성 창업자이며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52%에 달했다. 또 최근 2년간 지역주민이 창업한 스타트업 6곳을 배출하고 사회적 기업 프로그램을 통해 17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지역 기업가도 104명 배출하며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현재 입주기업은 60곳이다.
타니아 존스는 아이액셀러레이트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이자 ‘그린 그래비티(Green Gravity)’의 공동 창업자다. 그는 울런공지역의 폐광산 수직 갱도와 농업 폐기물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중력 에너지 저장’으로, 낮 동안 전기를 이용해 무거운 추를 수직 갱도 위로 끌어올린 뒤 밤에는 그 추를 아래로 떨어뜨리며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울런공에는 과거 석탄과 철광석을 캐던 깊이 수백에서 수천미터에 이르는 수직 갱도가 다수 남아 있다. 이 유휴 자산이 에너지 저장공간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린 그래비티는 현재 철제 추를 사용하지만 존스 대표는 향후 도넛 모양의 철제 케이스 안에 농업 폐기물을 채워 추로 활용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에너지 저장과 자원 순환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친환경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존스 대표는 “이러한 중력 에너지 저장 방식은 보통 건물을 위로 높이 지어서 활용하는데 수직 갱도를 이용하면 친환경적”이라며 “더구나 앞으로 농업 폐기물을 추로 활용하면 에너지와 자원의 선순환을 동시에 이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아이액셀러레이트에선 작물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농업용 드론을 개발하는 ‘프리즈마’, 지역의 어업을 돕는 디지털 플랫폼 ‘피시넷’ 등 여러 1차산업 기업이 기술을 합쳐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울런공=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