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궁(따이꺼우, 代购)과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
올해 초, 국내 1위 면세점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유통업계가 술렁였다. 롯데면세점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던 중국의 보따리상 ‘다이궁’과 결별을 선언하면서다. 판매액의 절반 가까이를 수수료로 쥐어주며 손님을 끌어온 면세점의 호기로운 독립선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반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매출의 절반은 여전히 다이궁이 책임지고 있다. 이전보다는 낮아졌다지만 다이궁 호객을 대가로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는 아직도 30%를 웃돈다. 이들 보따리상의 구매력은 상상 이상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명품업체들은 브랜드에 따라 중국 매출의 15% 이상, 최대 70%를 다이궁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가격 정책을 거스르는 이들의 수익 모델은 명품업계의 오랜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국내 면세업체와 글로벌 명품업계는 애증의 대상이 된 다이궁과 과연 윈윈할 수 있을까. 베일에 싸여 있는 다이궁의 세계, 그리고 국내 면세점의 고민을 더컴퍼니가 들여다봤다.
1. 다이궁이 뭐길래

다이궁은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중국 현지에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구매대행업자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호주, 북미 등 세계 각국을 오가는 일종의 중간유통업자다. 유학생, 여행 가이드가 부업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업 다이궁이 많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다이궁 시장의 연간 규모는 약 4000억 위안으로 추정된다(중국 시장조사업체 리허브). 면세업계는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연매출의 절반가량(약 7조원)이 다이궁 매출인 것으로 보고 있다.
▶“돈 되면 뭐든지 판다”: 다이궁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품목이면 무엇이든 취급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화장품과 가방·시계 등의 사치품을 주로 구매한다. 유럽에서는 현지 명품 아웃렛 매장의 제품을, 호주에서는 꿀과 영양제, 건강식품 등을 사들이기도 한다. 이 제품들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타오바오(淘宝)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微信) 등을 통해 판매된다. 면세점과 아웃렛의 인기 판매 품목을 올려두고 선결제가 완료된 제품을 대신 매입해 전달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의 경우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해 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