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대 없는 공항 영접, 블레어하우스 아닌 호텔서 숙박이 푸대접?

2025-08-25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한 가운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 대통령이 “푸대접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역대 대통령들의 미국 방문 때 사진과 비교하며 미국 의전이 소홀했다는 것이다. 비교 사진 중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3년 4월 방미 때 레드카펫이 깔리고, 미군 의장대가 도열한 모습의 사진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외국 정상의 방미 형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측면이 있다. 방미 형식은 통상 의전을 기준으로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으로 구분된다. 윤 전 대통령의 2023년 방미는 국빈방문 형식이었다. 모든 방문 유형 중 격이 가장 높아 공식 환영식은 물론 의장대 사열, 예포 21발 발사, 국빈 만찬 등의 의전이 이뤄진다.

관례적으로 외국 정상 재임 기간 중 1번만 국빈방문으로 방미가 가능하다.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는 이승만(1954년), 박정희(1965년), 노태우(1991년), 김영삼(1995년), 김대중(1998년), 이명박(2011년), 윤석열(2023년) 7차례 있었다.

반면 이번 이 대통령 방미는 공식 실무방문이다. 국빈방문과 공식방문에 비해 의전이 간소화된다. 미국과 실무 협의 등 내용이 중요한 형태의 방문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2일 “실질적으로 심도 있는 협의를 갖는 데 초점을 둔 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공식 방문과 달리 공식 환영식이 생략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을 때 미국 측에선 애비 존스 부의전장과 조슈아 킴 대령이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를 한 뒤 존스 부의전장과 나란히 걸어간 뒤 차량에 탑승해 공항을 떠났다. 이 대통령 이전에 가장 최근 공식 실무방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21년 5월 방미 때도 의전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 미국 측에서는 로버츠 의전장과 존 C. 쿨리 89항공지원 전대장이 문 전 대통령을 맞았다. 당시에도 의장대 도열 등의 행사는 없었다.

다만 이 대통령 방미를 위해 환영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인사가 존스 부의전장이라는 점은 눈에 띈다. 국무부에는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행사의 의전을 총괄하는 ‘의전국(Office of the Chief of Protocol)’이 있고, 그곳의 장(長)인 의전장이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폭스뉴스 방송인 출신으로 트럼프 1기 때 재무부 차관보를 지내고 모니카 크롤리가 지난 5월 새 의전장으로 취임했다.

이 대통령이 방미 기간 블레어하우스에 묵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설왕설래했다. 백악관 인근의 공식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는 각국 대통령, 국왕, 총리 등 국가 원수 및 미국이 특별히 초대한 고위 외교사절만 머물 수 있는 곳이다. 박근혜·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 등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블레어하우스에서 머물렀다.

국빈 방문의 경우 블레어하우스에 머무는 게 공식적인 의전이고, 공식 실무방문의 경우 미국 정부의 재량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블레어하우스에 머물지 않고 호텔에서 숙박한다고 알려지자 “미국에서 홀대를 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블레어하우스는 현재 수리 중이어서 숙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