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 일명 ‘단카이 세대’(1947~49년생)가 모두 75세 이상에 진입하면서 ‘노인이 소비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경제적 여유와 디지털 친화성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있다.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소비를 즐기는 ‘노년의 주체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간한 ‘일본 시니어 시프트 대전환, 우리 기업의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은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団塊世代)가 모두 75세 이상 초고령층에 진입하는 인구 구조적 전환기에 해당한다. ‘단카이(団塊)’는 덩어리를 뜻하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한꺼번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 특히 이들의 평균 저축액은 2462만 엔(약 2억2600만원)에 달해 잠재 소비력이 두텁다는 분석이다. 인구 규모와 금융자산을 모두 갖춘 세대가 본격적으로 소비 시장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소비자에서 ‘즐기는 소비자’로 바뀌고 있다. 일본 소비자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노년층 소비의 70% 이상이 식비나 의료 같은 필수재에 집중됐지만, 2023년에는 의료비 비중이 25.8%로 줄고 여행·운동·문화 등 여가 관련 지출이 골고루 다변화됐다. 건강·참여·디지털을 축으로 한 소비가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 사례는 일본 헬스케어 브랜드 ‘RIZAP’이다. “근육은 은퇴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기업은 시니어 전용 트레이닝과 데이터 기반 식단관리 서비스를 결합해, 노년층이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도록 돕는다. 보고서는 “건강관리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긍정적 생활 변화를 촉진한다”고 평가했다.
철도기업 JR동일본은 노인을 위한 전용 여행·문화 멤버십 ‘어른의 휴일클럽’을 운영하며, 할인 혜택과 지역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여가와 교류를 결합했다. 공연·추억 콘서트를 기획하는 ‘엔팜(N-Farm)’은 ‘어른들의 문화제’ 시리즈로 디스코·1980년대 아이돌 음악을 소재로 한 참여형 공연을 열며 시니어 고객층을 확보했다. 노년층이 일본어 학습자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헬테드(HELTE)’ 플랫폼도 세대 간 소통을 중심으로 한 참여형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박용민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은 “일본 노년층은 건강과 자기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층”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단순 판매보다 ‘참여형 서비스’를 결합한 진출 전략으로 접근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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