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보조배터리 화재가 잇따르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의 화재 가능성을 사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김해공항 화재 사고 이후 기내 탑승 시 배터리를 비닐팩에 넣도록 하는 등 실효성이 낮고 사후적인 대책이 대부분인 데, 실질적 대안이 될 지 주목된다.
주인공은 민테크. 이 회사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술을 기반으로 보조배터리를 검사해서 1분 내에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EIS는 배터리 교류전압의 저항을 측정해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로, 인체에 전류를 흘려 발생하는 저항값으로 체지방과 골격근량을 측정하는 체성분 분석기 원리와 같다.
당초 민테크는 이 기술로 전기차 배터리 검사 장비를 상용화했는데, 지난 1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원인이 보조배터리로 지목되면서 보조배터리 검사 장비도 만들었다.
원리는 이렇다. 내부 임피던스로 성능을 측정한다. 정상적인 배터리 셀인 지, 이상이 없는 지 살핀다. 여기에 전자기 센서로 내부 단락(합선)을 검사하고,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센서로 전해액 누액을 검출한다. 마지막으로 카메라로 외부 파손이나 변형 여부까지 확인한다.
여러 검사법을 동시에 하지만 총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다. 충전기나 키오스크처럼 배터리를 연결하면 이용자도 스스로 셀프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홍영진 민테크 대표는 “보조배터리 화재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나왔지만 모두 '사후약방문'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핵심은 문제가 있는 배터리를 비행기에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검사진단시스템을 활용하면 화재 위험이 있는 제품을 사전에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해공항 화재 사고 이후 기내에 보조배터리를 반입할 경우 단자에 절연테이프를 붙이거나 비닐팩에 담아 보관하도록 지침이 강화됐다.
다만 이는 외부단락(단자에 금속이나 이물질이 접촉해 발생하는 단락)을 막을 수는 있어도 내부 문제로 인한 화재는 막지 못한다.
민테크는 시스템이 공항에 보급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제안한 상태다. 지자체 보급 계획도 세우고 있다. 대전시와 시범사업을 논의 중으로 8월께 대전시청 민원실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원하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보조배터리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시범사업을 거쳐 국내외에 시스템을 보급하고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하고 싶다”면서 “보조배터리 뿐만 아니라 노트북 등 배터리 기반 소형 기기로 확대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