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은 물러나라"…KB신탁사 ‘뒤통수 설계'에 주민 '분통'

2025-07-09

서울 여의도의 대표적 노후 아파트인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신탁사의 일방적인 설계 변경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을 향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모회사인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의 책임론까지 거론하며 본사 앞 시위에 나섰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작아파트는 1976년 준공된 12층, 373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617가구의 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었다. 사업은 2022년 말 KB부동산신탁이 시행자로 지정되면서 본격화됐고, 지난해 말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최근 KB부동산신탁이 주민 동의 없이 설계안을 대폭 변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애초 대형 평형(전용면적 85㎡ 초과)은 191가구였으나, 변경안에서는 124가구로 줄었고, 중소형 평형(전용 60㎡ 이하)은 63가구에서 141가구로 급증했다. 총 가구수도 570가구에서 617가구로 늘어났다. 고층 배정 보장 조항도 삭제됐다.

신탁사 측은 “서울시의 통합심의 기준인 ‘소셜믹스’ 적용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소유주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일방적인 변경”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작아파트 소유주들로 구성된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상화 추진모임’은 지난 8일부터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KB부동산신탁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민을 배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며, 모회사인 KB금융지주에도 책임을 물으며 “양종희 회장은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정비사업운영위원회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운영위가 설계 변경 과정에서 소유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진모임 측은 “운영위원회가 신탁사의 입장을 옹호하며 실질적으로 주민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달 전체 소유주 358명 중 89명이 동의서를 제출해 전체회의를 요구했고, 해당 회의에서 운영위원장 해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신탁방식 재건축의 구조적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방식과 달리 신탁방식은 정비사업운영위원회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신탁사의 결정에 제동을 걸 장치가 거의 없다.

현행 법령상 소유주가 운영위원장을 해임하려면 운영위의 의결을 거쳐야 하며, 그마저도 신탁사가 ‘사업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사실상 어렵다. 이에 업계에선 “조합보다 투명하다는 신탁 방식이 오히려 소유주 의견이 배제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 방식은 사업 속도를 앞세운 대신 소유주 견제 장치는 극히 부족하다”며 “이번 사례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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