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로 남을 뻔했던 26년 된 미궁 속 사건을 풀어낸 건 남편의 ‘집념’이었다.
3일 일본 NHK에 따르면 나고야의 한 아파트에서 사건이 발생한 건 1999년 11월 13일. 남편 다카바 사토루(69)가 출근한 뒤 당시 2살이던 아들 고헤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아내(32)는 집으로 돌아와 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아내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건 이날 오후. 우연히 찾아왔던 집주인은 현관에 쓰러져있는 아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다. 사망 원인은 자상. 발견 당시 어린 아들은 아내의 시신 곁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유일한 단서는 현관의 혈흔. 살인범이 아내를 해치며 발생한 것으로, 살인범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과 핏자국이었다. DNA 감정을 통해 유력 용의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파악했지만, 경찰 수사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
남편은 용의자를 잡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바로 사건 현장인 집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었다. 26년간 월세를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지불했다. 그가 낸 월세는 약 2000만엔. 우리 돈 약 1억9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아내를 잃은 뒤 홀로 아들을 키워가며 공소시효 폐지 운동에도 나섰다. 그의 노력으로 일본은 2010년 살인 등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큰 변화를 맞이했다.
용의자 몽타주 전단지를 돌리고, 시민운동에 나서면서도 남편은 단 한 차례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고통받는 모습을 용의자가 보고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이치현 경찰은 26년간 남편과 관계있는 인물을 정밀 조사에 들어가 수백명으로 압축했는데, 수사에 진전을 보인 건 지난해 8월의 일이었다. 유력 용의자가 체포된 것은 지난달 31일. 경찰은 남편의 고교 동급생이자 같은 테니스 부원으로 활동했던 야스후쿠 구미코를 체포했다. 사건 현장 현관에 남아있던 혈흔과 DNA가 일치하면서 덜미가 잡힌 것이었다.
남편 다카바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의자와 1998년 동창회에서 20년 만에 한 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용의자는 “주부로 살며 일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는데 다카바는 “나도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용의자와 피해자 사이의 접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경찰은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아들 고헤이는 용의자 체포에 지난 2일 부친과 짧은 회견에 나섰다. 고헤이는 “부친의 집념이 낳은 결과”라며 “(부친이) 필사적으로 활동하고, 현장을 보존해준 덕에 체포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26년 만에 범인 체포 소식을 접하게 된 다카바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없는 인생을 살게 한 책임으로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 아들에게 결과를 보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해왔다”며 “아들에겐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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