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우리에게는 해외여행·관광지로 익숙한 지명입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광활한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오세아니아’ 지역에 속한다는 거죠. 보통 오세아니아에 대해 아는 건 이 정도입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교과서나 여러 자료에도 오세아니아는 크게 다뤄지지 않죠. 사실 오세아니아는 2만5000여 개의 섬과 14개 독립국 등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땅덩이는 가장 작지만 가장 큰 바다를 아우르기에 ‘대양주(大洋洲)’라고도 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접하기 쉽지 않았던 오세아니아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출동했어요.

태평양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큰 바다입니다. 이 거대한 푸른 세계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큰 섬이자 가장 작은 대륙인 오스트레일리아는 수억 년 전 유라시아 대륙에서 떨어져 나왔어요. 이곳엔 약 6만5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는데요. 이후 1만2000년~8000년 전 사이 빙하기가 끝나면서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유라시아는 물론 근처에 걸어갈 수 있던 지역도 섬이 되며 멀어지게 됐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시아에서 바다를 건너 가장 가까운 뉴기니에서부터 저 멀리 여러 섬으로 퍼져나갔어요.
오랜 시간 사람들은 오세아니아의 수많은 섬에서 다양한 종족과 언어,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중 18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오세아니아의 문화유산을 한자리에 모았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이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특별전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이하 ‘마나 모아나’)죠. 18~20세기의 유산 171건과 현대 작가 작품 8점을 통해 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권을 소개하는 자리를 구성한 겁니다.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오세아니아 문화
흔히 얘기하는 호주·뉴질랜드는 오세아니아의 한쪽 끝에 불과해요. 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2만5000여 개의 섬은 주민들의 특징과 자연환경, 역사와 문화적 특질에 따라 크게 폴리네시아·멜라네시아·미크로네시아로 구분되죠. 폴리네시아(Polynesia)는 오세아니아의 동쪽 해역으로 북쪽의 하와이, 남서쪽 뉴질랜드(아오테아로아), 남동쪽의 이스터섬(라파 누이)을 잇는 거대한 삼각형 구역이에요. 그리스어로 ‘많다’는 뜻의 ‘폴리스(πολύς)’와 섬을 뜻하는 ‘네소스(νῆσος)’에서 유래한 이름 그대로, 태평양의 거의 반에 달하는 해역에 서부의 투발루·통가·사모아, 중부의 쿡제도·타히티 등 산호초나 현무암 화산으로 이루어진 섬들이 산재해 있어요.
인도네시아와 가까운 뉴기니에서부터 동쪽으로 솔로몬제도·바누아투·누벨칼레도니를 거쳐 피지까지 아우르는 지역을 멜라네시아(Melanesia)라고 하죠. 이는 오세아니아·폴리네시아·미크로네시아 등의 용어를 만들기도 한 프랑스의 탐험가·지리학자인 뒤몽 뒤르빌이 붙인 이름인데요. 이곳 사람들의 피부색이 검은 편이라 그리스어로 ‘검다’는 뜻의 ‘멜라스(μέλας)를 사용한 것으로 당시 서양인들의 ’원시적이고 검은 원주민‘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상이 작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는 멜라네시아 북쪽이자 폴리네시아의 서쪽 해역으로, 태평양 중서부에 해당해요. 이름은 그리스어로 ‘작다’는 뜻의 ‘미크로스(μικρόν)’에서 유래했죠.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섬이 우리나라 거제도와 비슷한 크기의 괌일 정도로 작은 섬들로 구성돼 있거든요. 1m짜리 섬도 있다고 해요. 미크로네시아 연방과 팔라우·나우루·마셜제도·키리바시 등이 속해 있죠.

‘마나 모아나(Mana Moana)’는 이번 전시 기획 의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제목입니다. 폴리네시아어로 ‘마나(mana)’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모아나(moana)’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하죠. 김이재·김태린·황지유 학생기자는 ‘마나 모아나’를 통해 신성한 바다의 예술을 살피기 위해 디지털 카누에 올랐어요. 전시가 열리는 특별전시실 초입에는 오세아니아 사람들이 항해에 사용한 카누와 바다 풍경을 영상으로 나타내 그들처럼 카누를 타고 ‘마나 모아나’로 들어가게끔 꾸몄죠. 전시를 기획한 백승미 학예연구사(이하 연구사)는 “전시에 실사로 영상을 구현한 것은 처음”이라며 “관객들에게 항해하는 경험을 주면서 오세아니아인들의 삶의 터전인 ‘대양’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어요.
어느 섬의 해변에 닿은 디지털 카누에서 내린 소중 학생기자단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작은 카누입니다. 20세기 초반, 푸카푸카섬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카누로 작지만 항해에 능한 사람 네댓 명은 탈 수 있고 근거리 바다를 다니는 데에는 충분했다고 해요. 현대에도 오세아니아인들은 가까운 바다나 섬 안에 있는 강에서 카누를 타고 다니죠. 약 6만5000년 전부터 별과 바람과 파도를 읽고 방향을 찾으며 항해했던 사람들은 태평양 전역에 흩어져있는 섬들을 이으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갔죠. 전시 1부는 이름 그대로 그들이 이룩한 ‘물의 영토’와 그곳에서 펼쳐진 문화를 다룹니다.

바다를 길로 삼아 이동하고 정착한 오세아니아인들의 수천 년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정교한 항해술은 레벨립 또는 메도라고 불린 항해용 나무막대 지도로 엿볼 수 있어요. 얼핏 보면 얼기설기 엮은 나무막대에 조개껍데기를 붙인 어설픈 그물 같기도 하지만, 나무막대는 해류, 조개껍데기는 섬의 위치, 중간중간 구부러져 곡선을 그리는 나무막대는 파도의 굴절을 나타내죠. 파도와 해류로 바다를 해석하는 항해 전문가인 마셜제도의 ‘리-메토’가 만든 것으로 축적된 항해 지식을 기억하고 전하는 도구예요.
배와 지도를 얻었으니, 본격적으로 항해를 시작해야겠죠. 전시 1부 ‘물의 영토’와 2부 ‘삶이 깃든 터전’은 공간을 공유해 마치 섬처럼 흩어져있는 유물들을 탐험할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카누 장식부터 삼지창·곤봉·방패 같은 여러 무기와 의례에 사용한 가면·부적 등을 찾아다녔어요. 섬마다 다른 자연에 적응하며 이동·정착한 오세아니아인들은 바다와 숲은 물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카누와 노에도 신과 정령, 조상의 힘이 깃들었다 믿으며 자연과의 연결을 중시했죠.
어린아이 키만 한 ‘타우라파’는 마오리족의 전쟁 카누 ‘와카 타우아’의 뒷부분을 장식했는데요. 타우라파 윗부분의 소용돌이는 하늘 신 아버지 랑기누이와 땅의 신 어머니 파파투아누쿠를, 긴 장식은 세상의 질서와 생명력을, 아랫부분은 선원의 수호신을 표현한 것으로, 카누에 탄 이들이 조상과 신화와 공동체와 깊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카누의 뱃머리 조각 ‘도가이’도 눈길을 끌죠. 나무와 화식조 깃털 등으로 만들어진 여성 정령의 두상으로, 때로는 장난을 치거나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보통 어부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해요. “도가이 뱃머리 장식은 전 세계 박물관에 단 3점만 남아있다”는 백 연구사의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좀 더 꼼꼼히 살폈죠.
영험한 힘을 가진 마루파이 부적, 조상을 상징하는 신성한 갈고리를 지나 땅을 들어올린 신화 속 악어의 형상을 만났는데요. 물속에서 악어가 꼬리를 흔들자 땅이 솟아났고 정착할 수 있었다는 이아트물족의 신화가 흥미로웠죠. 상어 이빨로 장식한 삼지창과 가시복 껍질 투구, 신비한 힘을 지닌 방패도 구경했어요. 전사의 방패에는 영혼이나 초자연적 힘을 표현하는 특별한 기호를 그려 넣어 보호뿐 아니라 신호를 보내는 역할도 했다고 해요.
성년식 때 쓰는 조상의 얼굴 ‘므와이’ 가면, 돼지 이빨로 만든 장신구, 화폐로도 쓰인 조개껍데기 팔찌, 장례 의식용 ‘말라간’ 조각상 등 여러 유물 섬을 돌아다니던 소중 학생기자단은 바닥에서 질문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의 마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조각과 장신구 안에 깃든 신성한 힘을 상상하며 내 안에도 마나가 있을까 생각하던 이재 학생기자는 “아직은 없지만 언젠가 발견하지 않을까” 기약했고, 태린 학생기자는 천주교 성물 목걸이를 꺼내며 “이게 제 마나”라고 답했죠.

지유 학생기자가 백 연구사에게 “영화 ‘모아나’가 오세아니아 문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전시 제목의 모아나와 같은 뜻인지” 묻자 태린 학생기자도 “제목에 ‘신성한 바다의 예술’이라는 표현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봤죠. “모아나는 태평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바다를 뜻하며 전시 제목도 영화 제목도 마찬가지”라고 한 백 연구사는 “영화 ‘모아나’는 오세아니아를 소재로 고증도 꽤 잘해서 전시를 보면서 영화에서 본 것과 비슷한 형태의 유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마나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으로, 오세아니아인들은 자연 재료로 물건을 만들면 자연이 가진 마나와 사람이 가진 마나가 더해진다고 생각했죠. 거친 바다를 다니기 위해서는 마나가 많이 필요하다고 여겼고요. 신성한 마나가 가득한 바다, 즉 모아나를 연결해 ‘마나 모아나’란 제목을 만든 거예요. 항해하다 육지를 발견하면 그곳을 새 터전으로 삼으며 살아온 오세아니아 문화는 바다를 중심으로 하고, 여기서 비롯한 유물들을 모았으니 신성한 바다의 예술이란 부제를 붙였고요. 마나를 이해하면 오세아니아 문화유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빙하기가 끝나 수면이 높아지며 아시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적어져서 오세아니아 지역 인구가 적은 걸까요, 아니면 구미열강의 침탈로 인해 인구가 줄어든 걸까요. 적은 인구로도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원동력은 무엇인지, 오세아니아 지역과 우리나라와의 과거 교류를 나타내는 유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재 학생기자의 질문에 백 연구사는 전시된 쌍동(雙胴) 카누 ‘와카 타우루아’의 모형을 예로 들어 설명했죠.

“오늘날 배는 만여 명이 탈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옛날 오세아니아의 배는 큰 쌍동 카누 정도라도 100~200명 정도 탈 수 있었어요. 와카 타우루아 모형을 보면 두 개의 카누를 나란히 놓고 갑판으로 연결한 형태로, 목재 등 재료가 부족한 환경에서 고대부터 먼 거리 항해를 가능케 했던 선박 건조 기술과 선박 조종술을 엿볼 수 있지만요. 대규모로 태평양을 건너 이주하기에는 힘들었을 거예요. 규모는 작지만 이들은 수천km를 항해하며 자연과 함께 존재하고 관계 맺으며 삶을 영위하고 공동체 속에서 풍부한 문화 다양성을 만들어냈죠.”
이어 “먼 옛날 우리나라와의 교류 흔적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태평양 곳곳 섬으로 보내지며 남긴 흔적이 다수”라고 했죠. “예를 들어 키리바시에는 이들의 후손으로 김·최·박 같은 한국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이외에 우리가 쓰는 몇몇 단어가 오세아니아로부터 왔죠. 어떤 금기된 것, 금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재앙에 휘말린다는 의미의 터부라는 말이 있는데, 폴리네시아어인 타푸(tapu)에서 비롯했어요. 타푸는 마나를 지키는 금기죠.”
자연과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형성된 예술
마나와 타푸는 3부 ‘세대를 잇는 공간’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과거는 눈앞에, 알 수 없는 미래는 등 뒤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시간은 순환적인 것으로 세대 간의 기억이 끊임없이 공유되는 흐름이죠. 조상 숭배와 신화, 마나와 타푸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시간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살펴보는 3부에선 연옥으로 만든 목걸이 ‘헤이 티키’가 시선을 끕니다.

헤이 티키는 마오리족에게 혈통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전설 속 최초의 인간이자 조상이며 신성한 존재인 ‘티키’를 형상화한 거예요. 헤이는 ‘목에 걸다’는 뜻이죠. 헤이 티키를 착용한 사람은 명예와 권위의 마나를 갖게 되고 생명력과 조상의 기억 ‘마우리’를 품게 된다고 믿었죠. 그래서 여성은 임신·출산 때, 남성은 전쟁에 나설 때 착용하며 신의 보호를 빌었고,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줬습니다.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을 담아 조상과 연결된 존재란 점에 착안한 사진작가 피오나 파딩턴의 ‘헤이 티키의 계보-레벌레이션 2002’와 함께 전시 중이죠.
“우리나라 봉황이나 해태, 중국의 용처럼 오세아니아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동물이 있는지” 지유 학생기자가 묻자 백 연구사는 “오세아니아의 상징이라고 하나로 뭉뚱그리기는 어렵다”며 “거리가 멀어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티키라고 할 수 있다”고 했죠. “티키는 신이 처음으로 만든 인간인데요. 전시된 헤이 티키처럼 인간과 새의 특징을 결합한 형태, 새 머리에 악어 등껍질같이 여러 동물을 섞은 모습으로도 나타나죠. 눈 모양도 조각에 많이 등장합니다. 악마·요괴 등 인간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으로, 눈 속에 또 눈을 넣거나 8자를 눕힌 것 같은 모양의 눈처럼 형태도 다양하죠. 동물 중에는 악어의 비중이 높은 편이에요.”

“아까 지도에도 문자는 없었는데, 문자나 언어를 다루는 유물이 있는지, 스포츠나 놀이문화 관련 유물은 뭔지 궁금해요.” 이재 학생기자의 말에 백 연구사는 “오세아니아에는 굉장히 많은 부족이 있고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천여 개를 훌쩍 넘는다”고 운을 뗐습니다. “예를 들어 뉴기니의 생명줄이라고도 하는 세픽강 유역에 사는 여러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200~300개에 달하죠. 오세아니아에선 문자 대신 형태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고, 비언어적 문자로 표현하는 게 특징이에요. 타투 등의 문양 하나하나에도 다 의미가 있죠. 서양의 알파벳이 들어온 뒤엔 이를 활용하기도 하고요. 딱 이게 스포츠다, 놀이다 하기 어려운데 예로부터 행하던 의식이나 축제가 현대에 와서 스포츠·놀이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게 번지점프죠. 원래는 바누아투 원주민들의 성년 의식이자 풍년을 기원하며 줄 하나 묶고 뛰어내리는 행사였어요.”
폴리네시아에서 족장은 신의 후손으로 여겨졌습니다. 권위는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신성과 혈통에 근거했고, 족장은 타푸를 지켜야 했죠. 지유 학생기자가 대표적인 타푸는 뭔지 궁금해했어요. “족장은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마나가 머무는 공간인 머리를 땅에 닿게 하면 안 됐어요. 음식도 맘대로 집어 먹을 수 없었죠.”

티키가 새겨진 의식용 부채 ‘타히이’, 머리카락으로 만든 신성한 목걸이 ‘레이 니호 팔라오아’, 마나를 보호하는 머리받침 ‘칼리’를 둘러본 태린 학생기자가 “오세아니아 사람들에게 장신구는 어떤 의미였나요” 물어봤죠. “장신구는 섬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전통을 담고 있으며, 자연과 조상을 잇는 매개이자, 착용한 사람의 위치와 정체성·뜻을 표현하는 일종의 언어였어요. 장신구를 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할지 알려주는 거죠. 어떤 자리에서 어떤 장신구를 하느냐도 중요했어요. 전시 4부에 돌고래 이빨과 코코넛 섬유로 만든 머리 장식 ‘페우에 코이오’가 있는데, 하는 순간 돌고래의 마나를 갖게 돼 자연과 연결되고 이를 만든 사람의 마나도 흡수한다고 생각했죠.
제4부 ‘섬…그리고 사람들’에서는 장신구와 공예를 통해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미적·상징적 관계를 탐구하며 오세아니아 예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자개·깃털·고래 이빨 등으로 만든 팔찌·목걸이·허리띠 등은 탄생부터 성인식·장례·전쟁 등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하며 대를 이어 내려와 현대에도 영감을 주고 있죠.

“오세아니아 문화는 다른 나라들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태린 학생기자의 질문에 백 연구사는 먼저 “여러분도 이름 들어봤을 피카소·고갱·마티스 등 많은 예술가가 영향을 받았다”고 했죠. “어렵게 바다를 헤쳐나가 발견한 소중한 땅이니만큼,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뭐든 함부로 하지 않았어요. 나무를 벨 때도 미안해하며 너의 영혼은 우리가 잘 지키겠다는 의식을 치르고 기도했죠. 이렇게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많은 교훈을 줍니다.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며 전 세계에 자연보호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하고요. 이번 특별전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하면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건데요. 흥미로운 일화가 있죠. 전시 제목을 ‘마나 모아나’라고 붙였는데, 준비하면서 뉴질랜드·태평양 예술가 단체의 이름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조심스럽게 연락하니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조상으로부터 전해오는 중요하고 신성한 이름이니 많이 알리고 사용해달라고 응원해줬죠. 이 또한 오세아니아의 예술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매개체임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재·태린 학생기자는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고 준비하게 됐는지” “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를 알려주는 전시인데 관람객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했죠.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은 루브르·오르세·퐁피두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박물관이에요. 특히 비서구 문물을 중심으로 해 중요한 유물을 무척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죠. 오세아니아 유물도 많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아서 전시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외국 박물관과 협업할 경우 몇 년씩 회의하고 준비하는데요. 본격적인 진행 과정은 1년 정도 걸렸죠. 관람객 반응은 좋은 편이에요. 전시 12주차를 넘기며 5만 명 이상이 ‘마나 모아나’를 보러 오셨답니다. 전시물 설명에 딸린 QR코드를 이용한 오디오가이드, 전시실 곳곳 질문 패널을 활용하면 좀 더 재밌게 전시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전시의 마지막, 예술가 단체 ‘마나 모아나’에서 보내온 영상을 보다 보면 전시 초입에 걸린 통가 출신의 피지 작가이자 인류학자·사상가인 에펠리 하우오파의 글이 떠오릅니다. “오세아니아는 광활하다. 오세아니아는 끝없이 펼쳐진다. 오세아니아는 너그럽고, 품 넓은 대지이다. 오세아니아는 소금기 어린 바다 깊은 곳에서, 그보다 더 깊은 뜨거운 불의 땅에서 솟아오른 인류이다. 오세아니아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바다이며, 우리는 대양이다.” 태평양에서 탄생한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예술과 철학을 체화하는 바다인 이들과 함께, 대양과 지구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리라는 다짐도요.
동행취재=김이재(서울 아주중 1)·김태린(경기도 유현초 6)·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기간: 9월 14일(일)까지
장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2
관람시간: 월·화·목·금·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토 ~오후 9시(30분 전 발권·입장 마감)
입장료: 성인 5000원, 어린이·청소년 3000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어린 시절 영화 ‘모아나’를 봤었고, 태평양 섬들로 여행도 가보았지만, 오세아니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오세아니아 문화 전시에 기대가 무척 컸죠. '존중은 다가가는 것일까? 멀어지는 것일까?'란 질문을 담은 존중에 관한 장신구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장신구는 미래, 혈통, 영혼, 자연과의 교감을 표현하죠. 모아나(바다)와 함께하는 오세아니아의 삶을 이해하고, 전통과 영혼이 담긴 그들의 문화 또한 우수하다는 것을 체득한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아울러 앞으로 우리나라와 오세아니아와의 교류가 푸른 바다처럼 펼쳐지기를 바라며 취재를 마쳤습니다.
-김이재(서울 아주중 1) 학생기자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전시를 취재하며 처음 보는 오세아니아 문화가 낯설기도 했지만, 오세아니아의 문화와 생활방식 등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여러 전시를 봤지만, 이번 전시는 가장 특별하고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흔히 봤던 유물과는 다르고, 신기한 것들이 많았죠. 특히 배와 바다와 관련된 유물을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이라 인상 깊었어요. 둘러보면서 그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를 듣고 나니까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유물은 상어 이빨로 만든 삼지창이에요. 옛날 사람들이 상어 이빨을 하나하나 떼어 창에 붙여 만들었다는데, 상상해보니 정말 대단하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았죠.
-김태린(경기도 유현초 6) 학생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의 ‘마나 모아나’ 전시를 통해 오세아니아 문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전시 제목의 ‘마나’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폴리네시아 말로 모든 존재가 지닌 신성한 힘을 뜻했죠, 폴리네시아가 섬 이름인 줄 알았는데 오세아니아를 크게 나누는 3개의 지역 구분 중 하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학예사님께 오세아니아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그중 머리에 신성한 힘이 있다고 믿어 적의 머리를 잘라오는 ‘머리사냥’이 있었다는 게 기억에 남아요. 힘을 북돋기 위한 상징으로 머리 모양 장식으로 배를 꾸민 것도 인상적이었죠. 우리가 평소 관심 갖지 못했던 오세아니아 문화를 다양하게 살폈답니다.
-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