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태국도 임대료 인하…인천공항 고집에 애타는 신라·신세계

2025-06-21

글로벌 곳곳에서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낮춰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 경기 침체 등으로 줄어든 면세 소비에 맞춰 임대료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국제공항과 국내 면세점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태국 공항공사(AOT)는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임대료 조정을 검토한다. 최근 공항에 입점한 킹파워면세점(KPD)이 불가항력 사유를 근거로 임대료 재협상 또는 계약 종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KPD는 현재 수완나품·돈므앙·푸켓·치앙마이·핫야이 공항에 입점해있다. KPD는 △입국장 면세점 폐쇄 △와인 세금 인하 △상업 공간 축소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인해 복합적 경영 악화에 직면했다. KPD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임대료를 산정하는 최소 보장금액(MG)이 승객 1인당 127.30바트(약 3.93달러)로 하향 조정됐음에도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OT 또한 태국 국내 상황과 유럽·중동 지역 전쟁,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한 부정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AOT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60일 내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양 측의 계약 기간은 오는 2031년 3월까지다.

'아시아의 관문'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최근 임대 계약이 만료된 해외 면세점 재계약 과정에서 임대료를 인하했다. 홍콩국제공항 또한 매출이 부진한 면세점의 임대료 인하 요청이 있을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외 주요 공항은 면세 업황 악화에 따라 임대료를 인하하고 있다. 과도한 임대료 무게에 짓눌려 철수하는 면세점이 발생할 경우 공항 또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여전히 완고한 태도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법원에 판단을 맡긴 상태다. 지난 2023년 여객 당 비례 방식으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신라·신세계는 여객 수와 면세점 매출이 비례하지 않으면서 적자에 빠졌다. 고환율,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유입 감소, 개별관광객(FIT) 소비 패턴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일 예정됐던 인천지방법원 조정기일은 한 차례 연기돼 오는 30일로 잡혔다. 신라·신세계는 인천공항 1·2여객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의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여러 면세점들이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양 측이 합의점을 찾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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