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발 C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진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내 중소기업이 10곳 중 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해를 입고도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제도적 보완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23일 제조·유통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4일까지 실시한 '중국 e커머스 플랫폼 국내 진출 대응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6.7%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피해 경험이 거의 없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중국발 저가·면세 제품 유입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59.0%)가 가장 많았고, 이어 △지식재산권 침해(17.0%) △불법 재판매(16.0%) △역차별 심화(4.0%) 등이 꼽혔다.
서울 소재 화장품 A사는 “중국 박람회에 출품한 신제품과 유사한 모조품이 C커머스 플랫폼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특허 침해는 없어 법적 대응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경기도 유아용품 B사는 “플랫폼의 유사 제품 가격으로 견적이 들어와 실제 계약 성사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피해를 경험한 기업 가운데 무려 79.0%는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피해 대비 대응 비용·노력 부담(35.4%) △피해 입증 어려움(27.4%) △관련 부처·기관 정보 부족(15.6%) 등이 지적됐다.
정부가 검토 중인 '소액물품면세제도' 개편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71.7%가 '폐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150달러 이하(미국발은 200달러) 소액 해외직구 상품은 관·부가세가 면제된다. 반면, 미국은 800달러 미만 중국발 소포에 대해 면세를 폐지하고 54%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EU도 저가 소포에 대해 수수료 부과를 검토 중이다.
향후 정부에 바라는 정책으로는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인증·규제 의무화'가 48.7%로 가장 많았으며, 보다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컸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C커머스 플랫폼이 일부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영세 중소기업에는 플랫폼 진입장벽과 마케팅 역량 부족 등으로 기회보다 위기 요인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소액물품면세제도 및 제품 인증 문제 보완, 불법 유통 차단 등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