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망가져도 기금은 낸다?"…케이블TV 업계 절규

2025-07-21

KCTA, 21일 'SO 산업 위기' 주제로 간담회 개최

적자인데도 기금 납부 강제, 방발기금 개선 필요

"지자체도 지원 못 해"…대기업 규제에 발 묶인 지역방송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영업이익이 150억 원인데 방발기금을 250억 원 내고 있다. 방송이 망가져도 기금은 내야 한다."

21일 서울 종로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케이블TV 업계가 수년째 이어지는 적자 구조 속에서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 등 준조세를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IPTV 등 신규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가입자가 이탈하는 가운데, 비용과 규제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의 덫'에 갇힌 만큼 방발기금 부담을 완화하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케이블TV 업계의 현재 재무 상태를 "산업 말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4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전체의 영업이익은 148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76.5% 줄어든 수치로, 반면 같은 해 SO 업계가 납부한 방발기금은 약 250억 원으로, 영업이익의 168%에 달했다.

김 교수는 "기금이 본래 목적을 잃고 산업 고사(枯死)를 부추기고 있다"며 제도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이어 "이제는 기금이 초과이익의 환수가 아닌, 생존 자금의 회수를 의미하게 됐다"며 "사실상 역전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방발기금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을 때, 공공성 확보를 조건으로 납부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수익이 높을 경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지만, SO 업계는 이미 10년 가까이 가입자 감소와 매출 하락, 비용 증가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발기금이 수익성 악화와 상관없이 매출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실적이 급감해도 기금 납부는 줄지 않아, 케이블TV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케이블TV 업계의 매출은 2015년 3조 2,459억 원에서 2024년 2조 7,272억 원으로 약 1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6% 감소하여 4,052억 원에서 14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4,367억 원에서 2,707억 원의 순손실로 전환됐다.

이에 김 교수는 "2015년 12%에 달했던 SO의 영업이익률은 이제 0.55% 수준으로,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라며 "적자 기업에 한해서는 납부를 유예하거나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블TV 업계는 또 다른 딜레마로 '지원의 사각지대'를 꼽았다.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SO 사업자는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미디어 펀드나 지자체 재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반면, 지방에 기반을 둔 중소 SO들은 자본력이 부족해 자구책 마련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케이블TV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재고돼야 한다"며 "케이블TV가 무너지면 지역 미디어의 기반이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 교수는 방발기금과 정진기금을 통합해 'AI기금' 등 미래 산업에 부합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기존 SO에 대해서는 납부 유예를 적용하는 간접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SO가 채널을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새로운 결합 상품을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 모든 규제를 풀고 방발기금을 면제해줘도 회복이 쉽지 않다"며 "그만큼 업계 상황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회복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며 "정리 수순이 아닌 회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마지막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dconnec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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