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미국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당국의 합리적 규제를 어렵게 해 대규모 상환 요구(코인런)가 발생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지난 4일 비영리 온라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글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우려를 밝혔다.
존슨 교수는 “불행하게도 암호화폐 산업은 주로 정치적 기부를 통해 거대한 정치권 권력을 얻었고 그 결과 지니어스 법은 합리적 규제를 막기 위해 설계됐다”며 “개별 투자자뿐 아니라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 등 암호화폐의 예외적 취급을 우려한 것이다.
지니어스 법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시킨 가상자산인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정의, 발행 절차 등을 규정해 스테이블 코인 사용 촉진에 필요한 규제 틀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이 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발행 잔액이 100억달러 미만이면 연방기관이 아니라 주 정부 허가를 받아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존슨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에겐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준비자산 중 일부를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생긴다”며 특히 규제가 느슨한 주 정부가 쉽게 발행 허가를 할 경우 위험 관리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적 관점에서 지니어스 법의 핵심적 결함은 스테이블 코인에 내재한 위험인 코인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이 법은 규제당국이 충분한 자본, 유동성, 기타 안전장치 등을 처방하는 걸 막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발행업체에서 코인런이 발생하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뿐 아니라 다른 발행업체에서도 연쇄적으로 코인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존슨 교수는 “암호화폐 산업의 요구를 들어주려는 미 의회가 전 세계를 금융 공황과 심각한 경제적 손실 가능성에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지난해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연구한 성과를 인정받아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