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부터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이제는 교육이 진정으로 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리큘럼과 과목을 수시로 바꿀 수 있도록 유연해야죠.”
이강우 동국대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 사업 단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학 교육에서 필요한 과제 중 하나로 '융합'을 꼽았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일문일답.
-SW중심대학 사업을 수행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10년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원하는 SW중심대학을 처음 시행한 이후 SW과목을 교양 필수로 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초기에는 어떤 학교는 엑셀을 가르치고, 또 다른 곳은 코딩을 가르치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학문적 진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됐다.
-올해로 SW중심대학 10년을 맞았다. 변화가 필요할까.
▲사업비가 10년간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SW중심대학을 수행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교육과 연구에 필요하지만 정작 이를 구입하기조차 쉽지 않다. 3000만원 이상의 GPU 구입을 위해서는 정부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 외에도 사업에 여러 가지 규정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런 규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 10년간 SW교육의 문화를 바꿨다면 이제 무대가 바뀌었다. 그런 변화도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교육 차원에서 달라진 점은.
▲SW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신입생부터 9학점을 필수로 SW교육을 해야 한다. 10년 전만해도 코딩 교육이 중요했지만 이제 코딩은 AI가 다 알아서 한다. 산업의 트렌드는 수시로 변하지만, 교육과정은 바꾸기 쉽지 않다. 제도적·학사 행정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필수과목을 늘리면 기존과목을 줄여야 한다.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 교육에서 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초 내용이 비슷한 과목이 많다. 겹치는 과목을 '다이어트' 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융합을 통해 최신 전공 트렌드를 반영하고, 특화된 교육과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SW중심대학은 융합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문화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 사업이다.
-학문 융합을 위해 동국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우선 융합트랙을 신설했다. 최소 36학점에서 최대 51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는 융합 교과과정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18학점 내외의 전공과목과 AI와 빅데이터 등 융합 과목을 배워야 한다. 융합 트랙에 이런 과목을 넣어서 운영하는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그동안 융합이라고 하면 대부분 대학에서 교양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공에 융합 요소를 반영하니 커리큘럼을 모듈화 할 수 있었고 각 학과에 맞는 맞춤형 교육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그동안 IT 분야 교육, 원천 기술 발굴 등은 과기정통부에서 담당해 왔다. IT 등 기술과 관련한 전문적 분야는 과기정통부가 맡되, 대학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SW중심대학 제안서를 다른 대학에서 참고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지금은 공유와 협업이 필요한 시기로, 학과 간 장벽만 없앨 것이 아니라 대학 간 장벽도 없애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교육부가 해야한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