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탄소중립, 지금은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지금 전 세계는

AI와 기후위기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젠 기후위기를 고려 않고

AI 성장만 얘기할 수 없다

그래서 AI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한다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지금 전 세계는

AI 효율을 극대화하고

탄소배출은 없는 기술

기후테크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이 분야 리더는 없다

그 자리를 우리 기업이

차지하길 바란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지금 세상을 달구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AI, 인공지능이다. 과학과 기술의 영역을 넘어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AI가 필수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다. 이제 AI를 모르면 어디 가서 대화에 끼기도 힘들 정도이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1990년대 후반의 정보기술(IT) 열풍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비단 한국만의 유행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이다. 어쩌면 이 바람을 타고 순항한다면 AI는 한국이 또 한 번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가 AI에 열정을 쏟아붓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AI는 탄소중립을 위해 엄청난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AI를 운영하는 데 여러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충분한 전력의 확보일 것이다. AI의 성패를 결정짓는 양질의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전기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늘어나는 AI 사용에 따라 막대한 양의 전력이 소모되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탄소 배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 기술 자체도 경량화보다는 정밀화 경쟁으로 바뀌고, 클라우드 기반의 AI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더욱더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얼마 전 개인의 사진을 지브리풍 그림으로 바꿔주는 AI 서비스가 유행한 것처럼, 누구나 쉽고 편하게 AI를 활용하면서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계산해보면 약 100만명의 사람이 약 3장 그림을 요청했다고 할 때 최대 9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항공기가 서울~부산 왕복을 700번 정도 하면 발생하는 배출량과 비슷하다.

누구나 편리하게 AI를 활용하는 것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현재 수준에서는 이렇게 많은 양의 탄소 배출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 한다. 큰 생각 없이 오롯이 AI에 의존해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행위는 탄소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디지털 과소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디지털 과소비의 유행으로 AI 작업을 수행하고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에는 전체 전력 소비의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 한 부문, 즉 수송, 에너지, 폐기물 등의 한 분야가 아니라 데이터센터라는 한 산업군에서 이 정도로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는 것은 앞으로 많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랑스 디지털 탄소규제법이 모델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래도 일부 국가나 기업에서는 AI의 탄소 배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AI의 장점에 비해서는 소소하지만, 단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프랑스 같은 경우 디지털 기술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환경법(Loi REEN)이라는 디지털 탄소규제법을 2021년 11월 제정했다. 이 법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탄소발자국 감축 법률로 평가받으며 데이터센터,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에게 환경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법을 공부하는 학자는 아니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으로 느껴져 그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기업은 데이터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공개해야 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의 환경등급을 부여하고,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효율 및 물 사용량을 공개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는 연간 환경 성적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2024년부터 폐열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방 공공기관은 디지털 지속 가능성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추가 도입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필수적으로 수행하게 돼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저전력 알고리즘 연구를 위해 투자를 유치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말 현시대 세계적 모범이 되는 환경법과 정책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의 지속 가능성은 지금까지 거의 규제되지 않았던 영역이라 프랑스의 이 같은 노력은 기후정의의 디지털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나아가 현재 해당 법은 유럽연합(EU) 차원의 광범위한 디지털 지속 가능성 전략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고, EU의 AI 법안 내 환경 지속 가능성 요건을 비롯해 데이터센터에 탄소 배출 추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AI 가이드라인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허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과 같은 거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서는 저탄소 AI 프로젝트를 우선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프랑스와 EU의 AI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노력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AI와 함께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프랑스 수준 이상의 법적 가이드가 필요할 것이다.

국가 수준에서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은 꽤 진지한 태도로 에너지와 탄소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 구글에선 2030년까지 100% 탄소중립 데이터센터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저전력 고효율 AI 칩을 개발해 기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까지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운용할 것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AI 서비스 사용자에게 탄소 배출 대시보드를 제공하며 AI 경량화 모델 개발을 통해 전력 소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메타도 AI 기반 시설에 탈탄소 전력 조달 계약을 확대해 실질적인 감축에 이바지하려 하며, AI 지속 가능성 팀을 설립해 AI 개발 전후 탄소 배출량에 대한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업들은 AI가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이기에 기민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또한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AI 시대, 또 한 번의 산업혁명 필요

해외에 비하면 아직 한국은 국가적 차원이나 기업 수준에서 AI와 탄소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관련 규제로 AI를 통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분명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우린 이걸 분명한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AI와 기후위기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확히 1990년대 IT 붐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때도 기후변화는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가 공감하는 문제의식으로 자리 잡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AI의 성장만을 얘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AI의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한다면 분명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지금 전 세계는 이러한 기후테크에 주목하고 있다. AI 효율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은 없는 기술, 이것이 우리가 주목하는 기후테크 분야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이 분야의 리더는 없다. 그 자리를 우리 기업이 차지하길 바란다.

산업혁명 이후 검은 황금 석탄은 경제성장과 부의 원천이 되어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 ‘사이드 이펙트’로 기후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무시했다. 지금 우리는, 아니 전 세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할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두가 AI를 그 주인공으로 주목하고 있는 이 시점에 탄소와 환경에 대한 대응을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지능이 검은 황금을 통해 배운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