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새 정부가 돼지가격 정산체계의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농가 수취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는 도매시장 가격의 보완 수준을 넘어, 새로운 정산방식의 도입까지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종구 식량정책실장 주재하에 지난 6월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개최된 ‘농식품 수급유통 개혁 T/F’ 1차 회의에서 돼지등급제 개선과 돼지가격 보고제 도입을 양돈부문의 핵심 추진 사업으로 지목했다.
이들 모두 이전 정부에서 추진돼 왔던 사안들이긴 하나 돼지등급제의 경우 이해산업계의 합의안 마련에 난항을 겪어온데다, 돼지가격 보고제는 그 법적 근거가 되는 ‘축산물유통 및 가축거래의 관리 ·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물유통법) 제정 자체가 답보 상태를 보여왔다.
정부 발의로 이뤄진 축산물유통법 제정안에는 ‘농식품부 장관이 경매를 통한 축산물거래가격이 시장의 상황을 대표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경우 일정규모 이상인 식육포장처리업자에게 축산물가격을 보고토록 하고, 이를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돼지 도매시장 가격을 보완 또는 대체할 새로운 ‘기준 가격’ 을 제시하겠다는 게 당시 정부의 복안이었지만 지난해 8월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거대 여당과 함께 하는 새 정부에서 ‘물가안정’ 대책과 연계, 적극적으로 국회 설득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미 여당 차원에서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등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 축산물유통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대표성 논란에 휩쌓이며 축산물(돼지)가격 보고제의 배경이 된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축산물유통법의 골격인 돼지가격 보고제가 도매시장 가격의 대표성을 인정치 않는 것에서 시작하는 상황에, 정부 차원의 도매시장 활성화 대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오히려 또 다른 기준 가격 제시 뿐 만 아니라 새로운 정산방식의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 5월 돼지가격 보고제를 뒷받침하는 ‘돼지가격 시범조사 협의체’ 1차 회의를 갖고 올해 참여기업의 대폭 확대 방침을 밝히는 한편 사전거래가격 약정제를 포함해 다양한 돼지가격 정산방식의 도입 방안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의 한 참석자는 “정부가 도매시장의 대표성을 인정한다면 축산물유통법 제정과 가격 보고제를 추진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정부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새로운 돼지가격 정산체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의 정부 행보는 양돈농가와 육가공업계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초민감 사안인데다, 돼지 도매시장 기능이 급속히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대한한돈협회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돼지 가격보고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나서면서 정부와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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