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판했다고…미국, 유엔 보고관 제재

2025-07-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인권 침해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은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을 제재했다. 알바네제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관여했다는 게 이유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알바네제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의 동의 없이 두 국가 국민을 조사, 체포, 구금, 기소하기 위해 ICC와 직접적으로 협력해왔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설립·활동의 근거가 되는) 로마규약 당사국이 아니므로 이는 두 국가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이유를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은 그간 알바네제의 편향적이고 악의적 활동을 규탄하고 반대해왔다”면서 “알바네제는 노골적인 반유대주의 발언을 쏟아내고 테러를 지지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서방에 대한 공개적 적대감을 표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편향성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한 ICC 체포영장 발부를 권고한 사례 등 그의 경력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출신 인권 변호사인 알바네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일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독립적인 인권 전문가로 유엔에 각국의 인권 상황을 보고한다.

알바네제는 세계 각국에 대이스라엘 제재를 포함한 압박을 통해 가자지구 폭격을 멈추도록 요청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또 ICC가 이스라엘 지도부에 전쟁범죄 혐의를 묻는 것을 지지했다.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선 미국 대기업이 포함된 60개 이상 기업을 적시하고 이들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과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해당 기업들이 이스라엘과 거래를 중단해야 하며 연루된 임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미국의 제재를 비판했다. 리즈 에벤슨 휴먼라이츠워치 이사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지적하는 유엔 전문가에게 침묵을 강요했다”면서 “피해자들이 의존하는 국제 규범과 제도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알바네제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제재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