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졸라 연주하는 호르니스트 라덱 바보락…“호른의 야성, 탱고와 맞닿아 있다”

2025-10-28

오는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호르니스트 라덱 바보락(49)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탱고를 연주한다.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의 개막 무대다.

체코 출신의 라덱은 완벽한 테크닉과 풍부한 음악성으로 ‘연주자들의 연주자’로 불린다. 프라하 콩쿠르, 제네바 콩쿠르, 뮌헨 ARD 국제음악 콩쿠르 등 주요 경연을 석권한 그는 제임스 레바인,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등 유수의 지휘자들과 협연자로 무대에 섰다. 솔리스트로서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도 착실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18세의 나이로 체코 필하모닉의 호른 수석이 됐으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베를린 필하모닉의 호른 수석으로 분했다. 2011년부터는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내한 연주에서는 모차르트, 하이든 협주곡의 지휘자이자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라덱은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호른을 잘 모르는 청중들도 남녀노소 불문 좋아한다”며 “한국 관객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 작곡가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도 연주한다. “피아졸라와 생일이 같다(3월11일)”는 라덱은 과거 그의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것은 물론 호른이 포함된 앙상블로 직접 편곡,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는 호른을 빠르게 불기도, 손으로 두드리기도 하며 탱고 특유의 리드미컬함을 표현한다.

언뜻 보기에 날렵한 춤곡인 탱고와 묵직한 금관악기 호른은 공통분모가 없는 것 같지만, 바보락은 “‘본질’에 집중하면 그 어떤 조합보다도 멋진 만남”이라고 말했다. “호른은 고대 사냥에서 신호를 주는 용도로 쓰이던 악기였습니다. 음색 역시 거칠고 야성적이었죠. 이런 특성이 아르헨티나의 술집에서 울리던 탱고의 영혼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호른과 한평생 함께 해왔던 그도 악기를 시작할 무렵엔 호른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바보락은 “앞니가 막 나던 8살 때부터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강한 권유로 호른을 시작했다”며 “처음엔 무겁고 크고,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이 악기가 어색하고 싫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금관악기 밴드 주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마음이 달라졌다. “솔로 연주자로 콩쿠르 무대에 설 때 보다 누군가와 함께 연주하는 음악이 항상 더 좋았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제가 만든 ‘바보락 앙상블’의 일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큰 기획사에서 저에 대한 매니지먼트 제의를 하며 ‘앙상블 활동을 줄이면 어떻냐’고 묻기에 단호히 거절하기도 했죠.”

호른은 모든 목·금관악기 중에서도 연주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여개의 음(약 4옥타브)을 2~3개의 밸브와 벨(관 끝의 종 모양 부분)에 넣은 손의 깊이, 호흡 만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낙 소리가 크기 때문에 음이탈 등의 실수는 숨겨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라덱은 “진짜 실수는 음을 틀릴까봐 전전긍긍하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 못하고 지루한 연주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도 실수를 합니다. 호른을 타악기처럼 연주하려다 너무 세게 두드려 벨을 부수기거나 관을 찌그러뜨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흥미로운 무대를 만들 수만 있다면 괜찮습니다. 대신 청중들도 저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면 좋겠어요. 의사가 수술하다 잘못한 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음악을 만들며 나오는 돌발 상황은 그 자체로도 음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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