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제를 폐지 여부에 관한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이틀 간의 투표를 19일 시작했다.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광역·기초 비례의원 선출 시 권리당원 투표 100% 반영 ▶공천 희망자가 4인 이상인 지방선거 선거구의 예비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100% 반영 등 3가지 안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조사다. 투표에 참여 대상은 10월 한 달 당비를 납부한 164만 7000명 권리당원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당무위-중앙위로 이어지는 정식 의결에 앞서, 당원께 먼저 보고 드리고 의견을 구하는 민주적 과정”이라며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이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애초 ‘전당원투표’로 공지된 이번 투표의 의미를 박 대변인은 지도부 결정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라고 축소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정 대표 연임을 위한 수순”(수도권 중진 의원)이란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대의원들로부터 ‘정청래의 독재를 막아달라’는 문자 폭탄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하는 현행 조항을 삭제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권 차등을 없애는 내용이다. 사실상 대의원제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시절인 2023년 11월 격론 끝에 대의원·권리당원의 차등을 60:1에서 20:1 미만으로 낮췄으나, 대의원제의 뼈대는 유지했다. 대의원제를 없애면 전체 권리당원의 33% 비율을 차지하는 호남 중심의 정당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영남 출신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당원의 권리신장이라는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영남은 물론이고 TK(대구·경북) 민주당 조직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영남 출신 의원들의 불만은 공개적 반발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당 지도부 의원은 “다들 당원 눈치 보기 바쁜데 누가 대의원제를 폐지하지 말라고 나서겠나”라며 “혹여나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의원이 있다고 해도, 당심(黨心)이 최우선인 정청래 대표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차등이 사라지면 내년 8월 전당대회는 정 대표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는 게 당내 지배적 해석이다. 지난 8월 2일 전당대회에서도 정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 46.91%를 득표해 박찬대 후보(53.09%)에 밀렸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국민 여론조사에서 60.46% 지지를 받아 박 후보를 꺾었다. 19일 정 대표 지지세가 강한 ‘딴지일보 게시판’엔 투표 인증과 함께 “당원 주권을 실제 구현하시는 ‘당대포’님 뜨겁게 응원한다”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내 대의기구인 대의원제도가 무력화되면, 책임의식을 갖는 당원(대의원)들의 숙의 과정이 사라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다수의 당원의 감정에 휘둘리는 상황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대의원제의 명목은 살려두는 복안을 준비 중이다. 당원주권정당특위(장경태 위원장)의 ‘당원주권 실현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이라는 내부 자료에는 “대의원 실질적 권한 및 역할 재정립”이라는 명목으로 ‘대의원 정책자문단 신설’이 거론돼 있다. 한 민주당 대의원은 “자문하려고 매달 5000원씩 내는 줄 아느냐”며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당에서 몇십 년 활동한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대안도 없이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전 오늘]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죽는다"](https://www.jeonmae.co.kr/news/photo/202511/1203328_917198_251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