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심각한 경영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료·가공·유통 등 핵심 사업 전반에서 민간기업에 완전히 밀린 가운데, 내부에서는 “2~3년 내 자본금이 고갈된다”는 충격적인 경고 보고서까지 나왔다. 경영 부실의 책임을 두고 안병우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그는 여전히 3선 도전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 축산경제는 최근 내부 경영분석회의에서 “현재 속도로 가면 2~3년 내 자본금이 전액 소진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올해 예상 적자는 376억 원, 최근 4년 누적 손실은 1200억 원을 넘어섰다.
◇ ‘현금 713억 원’…차입경영으로 연명
내부 문건에 따르면 축산경제는 이미 ‘유동성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 현금성 자산은 713억 원에 불과하며, 운영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존 500억 원 수준이던 한도대출을 1000억 원으로 두 배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경비 10% 감축, 법인카드 30% 감축, 신규 사업 전면 중단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 한 간부는 “당장 급한 불만 끄는 수준”이라며 “이대로면 2026년부터는 빚을 내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10년 정체’가 만든 부실…“투자·혁신 모두 실종”
지속된 부실의 근본 원인은 ‘변화 없는 10년’이다. 김태환 전 대표와 안병우 현 대표로 이어지는 체제에서 미래 투자는 사실상 전무했다. 신사업 추진은커녕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조차 외면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한 축산경제 간부는 “민간 기업은 이미 생산과 유통을 통합하는 4차 산업형 모델로 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10년 전 방식을 되풀이한다”며 “조직 전체가 고여 있다”고 했다.
특히 내부에서는 김태환 전 대표가 물러난 뒤에도 인사와 사업 운영에 개입했다는 ‘상왕 정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인사권은 여전히 김 전 대표 손에 있다”는 말이 조직 내에서 공공연히 돌고 있다. 한 직원은 “안병우 대표는 이런 구태를 끊기는커녕, 오히려 방조하면서 리더십 신뢰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 ‘조합장 표 정치’가 만든 무책임 구조
농협 축산경제 대표는 전국 139명의 조합장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선출한다. 문제는 조합장들의 표심이 경영 성과보다 ‘인맥’과 ‘지도사업비 배분’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내부에서는 “조합장들 심기만 관리하면 연임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냉소가 퍼져 있다. 한 전직 임원은 “이사회도, 감사도 실질적으로 대표를 견제하지 못한다”며 “책임경영이 실종된 구조적 한계가 지금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 안병우, ‘적자 3선’ 논란에도 출마 저울질
이런 상황에서도 안병우 대표는 오는 12월 9일 예정된 차기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내부에서는 “3선 도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는 지난 9월 경남 한우경진대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한 직원은 “조직이 무너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실적 악화에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건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 교체론 부상…“강호동 체제 연장” 우려도
차기 후보군으로는 김경수 전 농협사료 대표와 정종대 전 축협중앙회 부회장이 거론된다. 김 전 대표는 “축산유통 산업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겠다”며 출마 의지를 공식화했다.
정종대 후보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강 회장은 최근 1억 원대 금품수수 의혹, 고액 연봉 및 겸직 논란, ‘캠프 인사’ 중심의 보은 인사 문제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미 강 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강호동 체제의 연장선 인물이 또 대표가 되면 구조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 주요 계열사 임원 22명 중 18명이 캠프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 업계 “지배구조 개편 없인 존속 어려워”
업계 관계자는 “안병우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기 인식 부재”라며 “적자가 눈앞인데도 내부개혁보다 자리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농협 축산경제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같은 결과가 반복될 것”이라며 “지금의 경영구조로는 2~3년 내 존속 자체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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