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범람원 습지 복원이 기후변화 대응의 ‘비밀 무기’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한 연구팀은 복원된 습지가 단 1년 만에 탄소 배출을 39% 줄이고 생태계 기능을 회복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복원된 습지가 기존 이탄지 복원에서 우려되던 메탄 급증 없이도 강력한 기후·생태계 혜택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RMIT 대학교 자연 긍정 솔루션 센터(Nature Positive Solutions Centre)와 아서 라일라 환경연구소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빅토리아주 로든강 일대의 범람원 습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황폐화된 습지 3곳과 복원된 습지 3곳을 비교한 결과, 단 1년 만에 복원 습지에서는 식생, 탄소 저장, 수분 보유력 등 주요 생태계 지표가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Environmental Management 저널지에 발표됐다.
연구를 이끈 루카스 슈스터 박사에 따르면, 복원된 습지는 재습윤과 식생 회복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39% 줄였다. 반면 복원되지 않은 대조 습지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순 탄소 배출량이 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원 지역의 표면 유기 탄소 저장량은 1년 만에 12% 증가한 반면, 대조 지역은 10% 감소해 탄소 격리 잠재력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습지 내 수분 보유력도 크게 향상돼, 습지가 말라버린 이후에도 복원 지역의 토양 수분 수준은 55% 높게 유지됐다. 슈스터 박사는 “이러한 수분 저장 능력은 가뭄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습지는 지구 육지의 10% 미만을 차지하지만,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최대 25%를 차지할 만큼 기후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탄지 복원은 탄소 저장 측면에선 유익하지만, 단기적으로 메탄 배출량이 최대 530%까지 증가해 논란이 되어왔다.
그러나 슈스터 박사는 “범람원 습지는 탄소 저장량은 낮지만, 메탄 방출 우려 없이 빠르게 생태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습지 복원은 탄소 중립 전략의 숨겨진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복원된 습지에서 토종 식물의 피복률이 크게 증가하고, 침입종보다 느리게 분해되는 토종 식물 잎이 탄소 보존에 기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아울러 복원된 토양에서는 질소가 45% 더 많이 남아 있어, 영양 순환 회복과 수질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런 복원 습지는 강과 하천과 같은 수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질소 제거 효과가 주변 수질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탄소와 질소 관리가 생물 다양성과 농지 회복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복원된 범람원 습지의 효과가 6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복원 6년 후 모니터링에서도 표면 유기 탄소 자원이 53% 증가해 장기적 효과가 입증됐다.
RMIT 자연 긍정 솔루션 센터 측은 “이번 연구는 습지 복원이 기후변화, 수질 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연 기반 해법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러한 과학적 근거가 향후 토지 관리 정책과 복원 투자 확대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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