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예찬 칼럼 주제는 자유입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학보사에서 학생 기자로 생활한 지 2년이 막 넘은 지금, 자유 주제 칼럼은 쉬워 보이지만 주제가 정해진 것보다 더 어렵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청춘예찬’을 멋진 문장으로 정의를 내리며 시작할까 했지만, 곧 깨달았다. 멋있고 전문적인 내용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쓸 수 있다. 그런 글은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칼럼을 채워야 할까. 답은 안에 있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이를 통해 활력을 찾는다. 상대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칼럼을 통해 나와 동료, 선후배들과 나눴던 20대 초반 여러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고민은 연애다.
유치원생부터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성’이었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같이 놀자고 하고, 좋다고 표현하는 게 쉬웠던 그때와 다르게 초등학생 때부터는 이성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하고 정신없이 보낸 10대 시절, 친구들과의 대화 80% 이상은 연애 얘기였다. “지금 이게 호감이 맞겠지?”, “이게 나만 이해 안 가?”라는 말들은 연애 상담 속 꼭 등장하는 말이다. 연애 얘기를 하면 분노하고, 웃고, 울고 다양한 감정이 드러난다. 이런 묘미 때문인지, 친구들과 만나면 연애 얘기를 많이 했다.
드디어 성인이 되고, 주변 친구들도 연애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헤어지고, 다양한 연애 경험을 하며 단순히 감정적인 얘기뿐만 아니라 데이트 비용, 데이트 코스 등의 일상을 공유했다.
소소한 연애 상담으로 시작한 대화는 종종 논쟁이 되기도 했다. ‘기념일에는 이렇게 해야 해’, ‘데이트 비용을 네가 너무 많이 쓴 것 같아’, ‘상대의 이런 행동을 보니 너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 같은데?’ 따위의 말들이 오가며 감정이 격해졌다.
친구들과 연애 얘기를 하며 나의 연애와 친구 연애를 비교하자 비극이 시작됐다.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손해 보고 있는 건가’ 따위의 걱정이 커졌다. 걱정은 비교를 극대화했고, 친구의 SNS 속 연애와 내 연애를 비교하며 상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런 시간 동안 연애를 하며 스스로가 위축된 적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감동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긴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모두 세심함을 바탕으로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 자극을 줬다. 오히려 화려한 선물, 비싼 식사 따위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연애에 정답은 없다. 누군가의 연애가 정답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사람과 내가 지나온 시간은 전혀 다르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사랑을 주는 방식도, 상처받는 부분도 다르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당신을 웃게 만들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가. 그렇다면 연애에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지금 당신의 연애가 그 어떤 화려한 이벤트보다 수년 후 더욱 반짝이는 순간으로 기억될 테니.
△송주현 부장은 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으로 전북대신문에서 사회부장을 거쳐 현재 문화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주현 전북대신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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