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넘은 수영 선수, 엘아라비의 삶과 용기

2025-07-24

이집트 수영 국가대표 아프델라흐만 엘아라비(25)는 지난 5월 모나코에서 열린 대회에서 남자 접영 50m 아프리카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런데 그는 그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 친구가 안부를 묻자 엘아라비는 이렇게 답했다.

“응, 그냥. 역사상 가장 빠른 아프리카인이 됐어. 기분 좋아.”

그는 수영이라는 스포츠를 온 힘을 다해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거리를 두는 삶을 선택했다. 엘아라비는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풀장을 떠나면 수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며 “훈련이 끝난 후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아침마다 꾸준히 기도하고 꾸란을 읽고 일기를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일기 없이 집을 나서면 미쳐버릴 것 같다”며 웃었다.

현재 그는 세계 랭킹 5위다. 그런데 엘아라비는 수영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그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지친 어머니가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위해 수영장을 찾았다. 당시 그는 팀에서 가장 느린 아이였고, “왜 저런 애에게 수영을 시키냐”는 말도 들었다.

2018년 그는 이집트 접영 50m 국가 챔피언에 올랐고, 같은 해 주니어 올림픽에서는 자유형 50m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그는 켄터키에 위치한 루이빌 대학교에 수영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2022년 3월 그는 삶의 끝자락까지 내몰렸다. 수영에 대한 열정을 잃고 무가치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것이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병원에서 깨어난 뒤 정신건강 병원으로 옮겨졌다. CNN은 “그럼에도 그는 수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후 삶을 다시 ‘되찾는’ 여정이 시작됐다”며 “그는 자신의 무슬림 신앙에 더 가까워졌고,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대신 철학과 스토아주의 같은 주제를 읽고, 악기를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엘아라비는 SNS에서 사람 차단하면서 수영에 다시 집중했다.

2023년은 그는 루이빌을 떠나 노트르담 대학교에서 수영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해 올림픽 대표 선발에 실패했고, 소속팀은 도박 관련 징계로 해체됐다. 지도자도, 훈련 지원도 없던 그는 “멈출 이유가 수백 가지였다”고 회상했다. 그가 계속 수영을 하게 만든 건, 한 이집트 여성 기업가와의 인터뷰에서 들은 말이었다.

“성취하려고 다시 수영하지 말고, 네가 이걸 사랑하기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

그는 다시 수영장을 찾았고, 처음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만 훈련하며 가볍게 시작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그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결과는 50m 접영 공동 34위. 그는 “재미로만 수영하는 건 내게 충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다시 결심했다. 스스로 수영 코칭 관련 책을 사서 독학했고, 한 달 단위로 자신의 훈련에 집중하기 위한 자체 대회를 만들었다. 그는 아프리카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고, 올림픽 출전을 향한 목표를 되살릴 수 있었다. 2028년 LA 올림픽부터는 그가 가장 즐기는 50m 접영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 그는 “이건 운명”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종목으로 출전할 수 있다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걸 극복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난 단지 정신 건강도 신체 건강처럼 바라보길 바랄 뿐”이라며 “팔이 부러졌을 때 병원에 가듯, 마음이 아플 땐 치료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CNN은 “수영은 그의 삶의 일부일 뿐이다. 진짜 승부는 물 밖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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