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활력 빼앗는 ‘근감소증’ …노년 건강 지키려면

2025-05-21

#60대 여성 A씨는 최근 집 앞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숨이 차고 힘들게 느껴졌다. 얼마 전부터는 걸음 속도가 느려졌고, 발걸음 역시 예전보다 무거워졌다. 손주를 안아 올리는 것도 어렵고, 평소처럼 장 본 물건을 들고 오는 도중에 손목과 어깨에 갑자기 힘이 빠지기도 했다. A씨는 부쩍 기력이 떨어진 것 같아 걱정이 되면서도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나이 탓’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증상들이 단순히 노화가 아닐 수 있다. A씨처럼 평소보다 운동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걸음이 느려지고 힘이 많이 부족해졌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신체 기능 급격히 떨어지는 ‘근감소증’=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근감소증(Sarcopenia)은 영양부족·운동량 감소·만성질환 등으로 인해 근육의 양과 근력·근기능이 정상보다 현저히 감소하는 상태를 말한다. ‘근감소증’에 해당하면 급격히 신체 능력이 떨어져 쉽게 피곤하고, 낙상·골절·만성질환 악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근감소증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약 20% 이상이 위험군에 속할 정도로 노년층에게서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초기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흔히 근감소증을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세계 최초로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정식 질병으로 분류했을 정도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독립된 질환이다.

◆‘노화’ 주된 원인이지만…운동·영양 부족도 문제=근감소증은 개인마다 원인이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요인은 ‘노화’에 따른 변화다. 나이가 들수록 성장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근육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이 감소한다. 신경과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근 접합부 기능도 떨어져 근육의 수축력이 약해지고, 근육량이 점차 줄어든다.

‘운동 부족’도 중요한 이유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는데, 신체 활동이 줄거나 질병으로 장기간 침대에 누워 있는 경우 근육 손실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영양 부족’도 원인이다. 고령자는 입맛이 없거나 치아나 소화 문제 등을 이유로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비타민D·오메가3 지방산 등은 근육 유지에 필수적인데, 섭식을 못 해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면 근육 합성이 줄고 손실이 빨라질 수 있다.

이 외에도 당뇨병·감염증·척추협착증 등 퇴행성 질환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심장·폐·호르몬 질환이 발생하면 근감소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처럼 근감소증은 고령층에서 흔한 질병이지만 영양 불균형, 급격한 다이어트,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근감소증 진단 어떻게?=힘이 없거나 근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근감소증은 아니지만, 65세 이상 고령자나 근감소증 위험군은 정기적으로 근력과 신체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좋다. 먼저 아귀힘을 측정하는 ‘악력’을 평가 지표로 활용해 측정할 수 있는데 ▲남성 26kg 미만 ▲여성 18kg 미만으로, 악력이 기준치 미만일 경우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짧은 거리를 걸을 때 소요되는 시간을 기록한 ‘보행속도’ 역시 신체 기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6m 걷기 테스트에서 초속 0.8m 미만이면 근감소증의 징후로 볼 수 있다. 다음 단계로 방사선 흡수법(Dexa), 생체전기저항분석법(BIA), CT 등을 통해 골격근량을 측정할 수 있다. 키와 체중을 고려한 근육량이 기준치 미만일 경우 근감소증으로 진단된다.

이밖에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쓰이는 ‘SARC-F 자가진단’을 통해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총 5개 문항으로 구성된 이 설문에서 합계 점수가 4점 이상이라면 근감소증 가능성이 높아 전문가 진단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근력 운동’이 노년 자산…충분한 단백질·비타민 D 섭취해야=현재까지 근감소증 자체를 치료하기 위한 표준화된 약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노년의 삶을 보다 활기차고 건강하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다. 근감소증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빨리 걷기·조깅·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과 함께 주 2~3회 이상 팔굽혀펴기·스쾃·밴드 운동 등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기·생선·달걀·두부·콩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은 몸무게 1kg당 1일 1.2~1.5g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한 번에 먹기보다 세 끼 나눠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례로 체중이 60kg인 사람이라면 72~90g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박현아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근육을 지키기 위해서는 근육 운동을 꼭 해야 한다”며 "유산소 반, 근력 반 비율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좋다”며 “매일·매끼 단백질 식품을 계란 크기만큼 먹는 것이 도움이 되고 아플 때도 음식을 약이라고 생각하고 잘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타민D’는 햇빛에 있는 자외선에 의해 피부에서 생성되거나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데, 근육 기능을 강화하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 15~30분 정도 햇볕을 쬐고, 필요한 경우 비타민D 보충제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충분한 양의 비타민D 보충은 운동 효과와 유사하게 근감소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국립보건연구원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비타민D가 근육 호르몬 아펠린과 그 수용체의 발현을 직접적으로 조절해 근감소 예방과 개선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혜 기자 eh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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