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조 '치매머니' 챙길 사업, 설계 없이 19억 예산…"변호사 인건비도 현실 안 맞아"

2025-11-09

정부가 내년부터 치매 환자 재산 관리를 돕는 시범사업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예산 책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부적인 설계 없이 예산부터 잡았고, 변호사 채용 등을 위한 인건비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9일 국회·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치매 환자 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 등이 포함된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이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치매 환자 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위한 내년 예산으론 18억7400만원이 편성됐다. 정부안 대로라면 국민연금공단이 사업을 맡게 된다.

이 사업은 치매관리체계 구축의 일환이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치매 노인이 재정지원계획을 미리 세우고, 공공기관이 이를 근거로 의료비 지출·물품 구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맞춤형 재산관리를 제공하려 한다.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치매 환자의 경제적 피해 등을 '공공 신탁' 등의 방식으로 예방하자는 취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고령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을 뜻하는 '치매 머니'는 2023년 기준 154조원에 달한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가 빠르게 늘면서 사기나 재산 갈취 등의 문제도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치매 노인이 학대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이를 방치하면 저소득층 증가로 국가 지출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치매 노인의 재산을 관리할 인력 확충 ▶재산을 맡길 치매 노인(사업 대상자) 발굴·선정 등이 핵심 과제다.

하지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 설계를 위한 연구 용역은 아직 진행 중이다. 29명으로 예정된 담당 인력을 어떻게 뽑을지, 사업 대상자는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선정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구체적인 방향 설정 없이 예산부터 잡은 셈이다. 복지부 측은 "12월 말쯤 연구 용역이 끝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보통 연구 용역 등을 거쳐 정책 뼈대를 만든 뒤 예산 사업을 추진하는데, 국정과제라 그런지 순서가 바뀐 것 같다"고 밝혔다.

사업 집행의 핵심 인력인 변호사를 채용할 예산도 부족한 편이다. 복지부는 변호사·연구원 등 29명을 채용하기 위한 인건비 예산으로 14억800만원을 편성했다. 1인당 평균 4860만원꼴로, 일선 변호사 연봉과 비해 적은 수준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연봉은 세전 1억5000만원 정도, 기업의 사내변호사 초봉은 약 7000만~1억원 정도다.

서명옥 의원은 "사업 준비가 제대로 안 됐는데 예산부터 잡은 건 주객전도에 가깝고, 인건비 책정도 비현실적"이라면서 "치매머니 관리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세부 계획이 나온 뒤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