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장비 업계가 현대자동차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들어설 배터리 라인 투자가 임박해서다. 글로벌 3위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가 처음 만드는 기가급 배터리 생산라인인 만큼 공급망 합류에 사활을 걸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안성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에 들어갈 배터리 장비 공급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3월 가입찰을 진행했으며, 이달 본입찰을 마친 후 다음달 중순 구매주문(PO)을 낼 예정이다.
이에 주요 배터리 장비사들이 참여를 준비 중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에서 처음 구축하는 양산라인인 만큼 관심이 크다. 일부 장비사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꾸려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부 공정에 중국산 장비를 채택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국내산 장비를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꾸릴 계획이다.
안성 제5 일반산업단지에 총 20만㎡(약 6만평) 규모로 구축되는 MAAC 내에는 배터리 연구시설과 생산설비가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초기 배터리 양산 규모는 연간 2기가와트시(GWh)로 파악됐다. 이는 연간 전기차 2만대 분량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통상 1GWh 규모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는 약 1000억원 수준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현대차는 파우치형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생산라인을 먼저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납기 등 일정을 고려하면 2026년 말 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형 배터리 생산 설비도 순차적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연말께 관련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장비 발주를 별도로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성 라인은 현대차가 배터리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설계하는 것을 넘어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중국 CATL이 생산한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이를 직접 개발해 생산하면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한 배터리 탑재가 가능해 내재화를 추진했다.
개발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배터리 제조사와 가격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모처럼 국내에 구축되는 공장인 데다가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공급망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최종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가 직접 구축하는 만큼 중요성이 크다”면서 “특히 향후 생산 물량 확대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처음 수주에 성공한 업체가 지속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