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적자였던 플리토의 반전…빅테크 러브콜 받는 '백조'로 변신 [빛이 나는 비즈]

2025-11-08

2012년 문을 연 플리토(300080)는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창업보육기관으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국내 벤처캐피털(VC)로부터는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등 높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플리토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아닌 여러 인터넷 사용자의 힘을 빌려 번역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집중했다. 각 국가의 사용자들이 직접 번역에 참여함으로써 당시의 구글 번역기 등 자동 번역기보다 더 정확한 번역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일종의 집단지성을 이용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정식 서비스로 나온 플리토 앱은 더욱 강력한 성능을 나타냈다. 당시 플리토는 사용자가 번역하고 싶은 문장을 플리토 앱에 올리면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빠르면 1분 안에 수십 개 번역이 올라오고, 사용자는 그중 가장 잘 번역했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선택하면 됐다. 단순 문장뿐 아니라 사진이나 음성을 올려도 번역 서비스가 가능했었는데, 당시로서는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플리토는 각종 수상을 휩쓸었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창조경제 대표기업, '스타트업 2013' 1위 등을 거머쥐었다. 또 2014년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글로벌 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대만에서 열린 '아이디어스 쇼'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덕분에 2015년부터 2017년에 걸쳐 DSC인베스트먼트(241520) 등 국내외 VC로부터 수십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면서 미래 성장 자금 확보에도 성공했다. 또 중국과 일본 등에 해외 법인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높였다. 번역 서비스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창업 7년 만에 상장…적자 늪 빠져

플리토는 2019년 큰 변화를 맞이한다. 설립된지 불과 7년이 채 되지 않았던 플리토가 상장 도전에 나선 것이다. 당시만 해도 상장은 설립된지 10년이 넘고 수백억 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들에만 해당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던 탓에 플리토의 상장 추진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었다. 플리토는 당시 새롭게 만들어진 사업모델 기반 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했다.

사업모델 기반 특례 상장 제도는 기술력 평가가 어려운 기업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주로 시장매력도, 사업모델의 타당성, 경쟁우위, 사업경쟁력 등을 심사한다. 해당 요건을 갖추면 적자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상장을 할 수 있었다. 상장 직전 연도인 2018년 플리토는 매출액은 35억에 불과했고, 영업손실도 17억 원에 달했다. 상장 첫해인 2019년에는 오히려 매출액이 크게 줄어든 20억 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규모도 57억 원으로 확대되는 등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상장 이후부터 플리토는 비상장 시절과는 다르게 대외적인 주목도가 크게 낮아졌다. 실적도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자연스레 주가 흐름도 좋진 않았다. 실제로 플리토는 설립 이후부터 2024년까지 매출액은 점차 늘어나긴 했지만 단 한 차례도 연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높은 매출과 이익을 내고 주주들에게 환원도 해야 할 상장사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AI 시대' 번역 데이터 수요 폭발

이처럼 ‘라이징스타’로 지내다 이후 긴 터널을 지내온 플리토는 올해부터 반전을 맞이했다. 올해 1분기 2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에 이어 2분기에는 24억, 3분기에는 28억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54억 원 규모로 올해 연간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부터 실적이 개선된 이유에 대해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최근 들어 음성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시간 번역 기술이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올랐고, 자연스레 실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수 대표는 "플리토의 경우 올해 데이터 사업 매출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좋은 흐름을 보인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는 더욱 좋은 실적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리토는 번역 데이터 판매와 실시간 번역 솔루션 공급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AI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고품질의 실시간 번역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번역 데이터와 관련 솔루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플리토는 메타 등 빅테크들로부터 협업 러브콜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빅테크들은 플리토가 지난 십수년 동안 모아온 번역 데이터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고, 실시간 번역 기술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년 한 우물 판 결과 ‘언어장벽’ 해소 눈앞

이러한 성과는 2012년 플리토 설립 당시부터 '언어장벽 해소'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온 결과다. 집단지성을 이용한 번역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아왔고, 동시에 음성인식과 AI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면서 지금의 고도화 된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플리토는 자신들의 미션이었던 완전한 언어장벽 해소까지는 3~4년 정도가 남았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언어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해소됐지만 번역의 속도와 여러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언어장벽 완전하게 무너지는 순간은 그 나라의 문화가 번역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각 나라의 지역마다 쓰는 단어가 다르고 주로 쓰는 표현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모두 해결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사람들이 화상 회의를 할 때 당연하게 '줌'을 실행하듯이, 다른 나라 사람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플리토'를 켜서 각자 자기 언어로 대화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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