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취약계층 절반 가까이가 폭염 때 외부로부터 고립된 채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농민들은 ‘기후악당’ 기업을 상대로 국내 첫 배상 소송에 나섰다. 극단화하는 기후로 인한 약자들의 고통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기후약자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14일 공개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 참조자료’를 보면 노인·저소득계층 등 기후취약계층 응답자 절반(49.3%)이 폭염 때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응답자 70.1%는 ‘집에만 있게 된다’고 했다. 사회적 고립은 생존 문제와도 직결돼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 응답자 67.5%는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농민 6명은 지난 12일 한국전력 등을 상대로 1인당 500만2035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2035’원은 2035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았다. 국가와 사회가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절박한 외침일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기후 정책은 여전히 ‘산업’에 무게를 두고 있어 우려스럽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대선 공약이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빠졌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등 주요 국정과제 대부분이 경제·산업 분야에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탄소중립에 방점을 둬야 할 에너지 정책에 산업·경제 논리가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이미 생업·생계 피해를 겪고 있는 기후약자들을 보호할 ‘기후복지’ 정책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