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의자에 앉고 싶습니까?…숲속에 놓인 김영란 작가의 의자

2025-09-02

 “당신은 어떤 의자에 앉고 싶습니까? 누군가에게 의자는 지위나 계급,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일 수 있겠으나 저는 여러분에게 여백이 있는 쉼의 공간이길 바랍니다.”

 김영란 작가의 의자는 숲속에 놓여 있다. 숲은 열대우림처럼 잎 푸른 식물로 가득 차 있다. 곳곳에 여백이 있고, 숲 한쪽에 의자가 놓여 있다. 너무 푹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의자. 적당하게 긴장되고 적당하게 편안해서 생각하기 좋은 의자다. 일체의 장식이 제거된 의자는 하얗게 실루엣만 남아 있다. 의자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오히려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기에 쉼의 느낌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풍경이다.

 국립무형유산원 인근 갤러리카페 티라이프에서 김영란 판화전 ‘어떤 의자’가 20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전북에 기반을 두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전개하는 김영란 작가가 열다섯번의 개인전을 여는 동안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갤러리카페에서 전시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영란 작가는 “이번 전시는 숲속에 놓인 의자를 통해 우리에게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티라이프가 내겐 그런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페 내에 식물이 많고, 쥔장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감각적인 공간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말한다. “식물 많은 곳에서 쉬는 걸 좋아해요. 그곳에 의자가 있으면 더욱 좋고. 의자를 좋아하지만 그걸 구입해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의자를 그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두고 마음껏 누리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싶은 거죠.”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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