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추가 지나고 비가 잦았다. 잠시 내렸던 기온은 시원한 희망을 품게 했다. 그랬던 기온이 다시 올랐다. 티베트 고기압 때문이라느니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라느니 둘 다 때문이라느니 하는 말은 어렵다.
그냥 습도가 높아 물속을 걷는 기분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카메라 렌즈와 안경에 김이 서리고, 빨래는 밤새 무게를 잃지 않는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까지 조금 걸었을 뿐인데 팔에 소금기가 남는다. 쉴 새 없이 도는 에어컨 실외기, 그사이 자꾸 내리는 소나기의 증발이 공기를 눅눅하게 만든다.
물속을 걷고 있다고 생각할 때 진짜 물속을 걷는 아이를 만났다. 지난 19일 서울광장 분수대였다. 수분을 품은 창고 같은 도시에서 귀한 풍경이다.
분수가 오르내리는 타이밍을 재던 아이는 분수 끝이 멈칫하는 곳에 이르자 그 안으로 뛰었다. 같은 물속인데 그 물은 더 시원해 보였다. 오는 23일은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절기 처서다. 모기의 입만 말고 더위도 좀 삐뚤게 꺾여 접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