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내달 15일부터 불량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을 최대 180일까지 보류한다. 불량 판매자 관리·감독을 강화해 플랫폼 신뢰도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이같은 정책을 확정하고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판매자들에게 공지했다. 고객 신뢰를 보호하고 불법 행위로 발생하는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쿠팡은 △가품 판매 △상표권 침해 △사기 등의 불법 행위가 확인됐거나 소명이 불충분한 판매자 대금 정산을 보류할 방침이다. 지급 보류 기간이 경과된 후 불법 행위에 대한 소명이 완료되면 대금은 정상 지급된다.
쿠팡은 사기 행위에 대한 예시로 △광고와 다른 상품을 배송하는 기만 판매 행위 △위조 의심 상품을 반복 등록하는 행위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반복 침해하는 행위 △사기 행각을 위해 고의적으로 모니터링을 우회하는 행위 등을 명시했다.
이전에도 쿠팡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판매자 대금 정산을 보류해왔다. 불법 이슈가 발생할 경우 사안별로 판매자에게 소명·개선 요청을 하고 일시적 판매제한, 정산보류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는 판매자 불법행위가 확인되는 것은 물론 행위에 대한 소명이 불충분한 경우에도 최대 180일까지 대금 정산을 일괄 보류한다. 불법행위의 피해와 긴급성, 원인 해결 등을 따져 예외적으로 보류 제한 기간이 180일보다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조항도 함께 달았다.
대금 정산 보류는 e커머스 플랫폼이 판매자 관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e커머스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은 기존 유통 체계를 유지하고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다. 판매자 계정 정지에 준하는 조치로 여겨진다.
쿠팡이 플랫폼 신뢰도를 사수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의 강한 관리·감독은 e커머스 근간을 이루는 판매자 활동을 자칫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성장을 이룬 만큼 앞으로는 성장보다 관리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같은 행보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쿠팡은 지난해 12월부터 오픈마켓 내 허위 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상품 등록 정책을 위반한 상품에 즉시 판매 중지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3월부터는 불량 판매자가 연관 계정을 생성·운영해 단속을 회피하는 행위도 단속해 꼼수 차단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최근 e커머스 시장에 급증하고 있는 중국 판매자를 배경으로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판매자들이 토종 e커머스에도 대거 유입되면서 과거에 비해 플랫폼 내 가품·허위발송·무응답 등 고객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플랫폼이 관리를 위한 자정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오픈마켓 특성 상 100% 사전 관리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대신 사후 관리·감독을 강화해 플랫폼 신뢰도를 지키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