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반지 1돈(3.75g)에 95만원.’
지난 17일 서울 종로의 한국금거래소 매장에 붙은 가격표다. 이날 인천에서 손주 돌반지를 사러 온 한 어르신은 진열대 위의 반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올해만 두 배 가까이 오른 것 같아요. 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너무 부담되네요. 이제 돌반지로 손주에게 마음을 전하던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1돈 금반지는 2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5배 가까이나 올랐다. 10월 18일 기준 순금(24K) 시세는 1돈당 93만100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인 지난해 같은 달(약 45만원)보다 50% 넘게 올랐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분주해진 곳도 있다. 바로 ‘골드바 제작 현장’이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 작업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토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1200℃를 넘는 초고온의 불길로 금을 녹인 뒤 주조 틀에 부어 식히면 순도 99.99%의 골드바가 만들어진다. 이후 롤러를 이용해 납작하게 펴고 프레스 기계로 네모반듯하게 재단한다. 이후 테두리를 깎아내며 정확한 중량을 맞추고 이름을 각인하면 반짝이는 골드바 상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곳에서는 1㎏짜리 대형 골드바부터 37.5g, 3.75g(1돈) 1g, 0.5g 0.2g짜리까지 다양한 크기의 골드바를 생산한다. 최근에는 작을수록 인기가 높다. 금값 급등으로 고중량 골드바를 사기엔 부담이 크지만, 저중량의 ‘미니 골드바’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큰 금괴를 투자용으로 샀지만, 요즘은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이 소형 골드바를 많이 찾는다”며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10만 원대 금 투자라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이렇게 MZ세대가 많이 구매하면서 최근 2년 새 거래된 미니 골드바 매출액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작은 금'으로 투자가 몰린 건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크고 작은 전쟁이나 무역 분쟁 등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이 주식·코인 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MZ세대의 대안으로 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이모(34)씨는 “곧 아이 돌이라 금값이 더 오르기 전에 반지 하나 선물해 주려고 왔다”며 “성인이 돼서 독립하기 전까지 간직했다가 물려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돌반지는 여전히 ‘사랑의 상징’이지만, 그 금빛 의미는 차츰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情)을 전하던 반지였다면, 지금은 자산의 시작을 의미하는 작은 투자처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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