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민기] “이제는 쓴다”⋯텍스트힙 넘어선 라이트힙

2025-06-13

'쓰기'로 확장된 독서 방법, '라이팅힙'으로 트렌드 확장

SNS서 '필사' 관련 게시물 73만 개 돌파

문구계도 호황⋯플랫폼 '29CM', 문구·사무용품 거래액 75% 증가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이 부분 무슨 뜻인지 이해되는 사람?”

이하늘(25) 씨는 문장 밑에 밑줄을 긋고 이같이 적어 내려갔다. 최근 그는 지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돌아가며 읽은 후, 자기 생각을 책에 기록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책을 오래 읽을 수 있는 방법으로 ‘교환독서’를 추천받은 후 시작한 취미 활동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인상적인인 부분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감상을 적는다. 가끔은 함께 책을 읽는 지인에게 해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좋은 문장이 있으면 다 같이 모여 필사하기도 한다. 단순한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쓰기로 행위를 확장한 것이다.

이 씨는 “혼자 읽으면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을 때도 많고 빨리 질리는데, 여럿이서 하면 더 즐겁게 독서할 수 있다”며 “특히 종이에 쓰는 행동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좋다”고 기자에게 교환 독서를 추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몰아쳤던 텍스트힙 열풍이 ‘라이팅힙’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확장되고 있다.

라이팅힙은 ‘쓰기(writing)’와 ‘유행에 앞서 가다’, ‘멋지다’ 등의 뜻을 담은 영어 단어 ‘힙(hip)’과 합쳐진 신조어다. 최근 2030세대가 글 쓰는 행위를 멋있게 느끼는 데서 파생됐다.

SNS에는 라이팅힙 트렌드의 인기를 입증하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교환 독서하는 방법 소개부터 필사책 추천까지 쓰기를 돕는 게시물이 올라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필사’라는 키워드로 올라온 게시물이 73만 개를 돌파할 정도다. 비슷한 키워드인 필사스타그램은 13만, 필사노트는 11만을 기록했다.

필사 관련 도서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헌법 필사> 등 필사 관련 도서가 매대를 채우고 있다.

이중 <헌법 필사>는 12·3 비상계엄 시기와 맞물려 일시적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문구계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라이팅힙 흐름을 타고 필사가 유행하자 형광펜, 만년필, 마스킹테이프 등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문구용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커머스 플랫폼 29CM는 지난 1월 1일부터 2월 12일까지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이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고 밝혔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고급 만년필·볼펜·연필 등 필기구는 2.4배 늘었고 다이어리·플래너는 64%, 노트류는 34% 이상 거래량이 증가했다.

29CM 관계자는 “텍스트힙 열풍에 이어 필사하거나 일기를 쓰는 등 일상에서 손글씨로 기록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며 문구 수집가들이 늘고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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