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지한파 제독, 7함대 사령관 문턱에서 미끄러져

2025-07-16

주한 美 해군 사령관 역임한 도넬리 소장

‘함내 드래그 쇼 방치’ 의혹 제기 따른 것

미국 해군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장성으로 꼽히는 마이클 도넬리 제독(소장)이 제7함대 사령관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미 국방부가 그를 중장으로 진급시켜 7함대 사령관에 임명하려던 계획를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지우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본 요코스카(横須賀)에 본부를 둔 미 해군 7함대는 한반도 주변 수역을 포함해 서태평양 전체와 인도양 일부를 관할해 한국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군사 전문지 ‘네이비 타임스’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월 말 7함대 사령관 후보자로 발표가 난 도넬리 제독의 지명을 최근 철회했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도넬리 제독의 지속적인 봉사에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그의 다음 보직에 관해 행운을 빌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도넬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는 그가 대령 시절인 2016∼2017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함내에서 벌어진 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네이비 타임스는 항모 안에서 어느 남자 상병이 여장(女裝)을 한 채 노래 등 공연을 하는 이른바 ‘드래그 쇼’가 몇 차례 있었는데, 도넬리 제독이 이를 막지 못했거나 방치했다는 보수 진영의 문제 제기에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전임 정권인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는 DEI의 기치 아래 여성, 흑인, 성소수자 등에게 관대한 정책을 펼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출범과 동시에 DEI 폐기에 전념하고 있다. 미군 최초의 여성 해안경비대 사령관 및 여성 해군참모총장이 전격 경질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흑인 합동참모의장 또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트럼프는 또 성전환자(트랜스젠더)가 미군에 복무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 공연 당시 선보인 드래그 쇼를 맹비난한 바 있다.

도넬리 제독은 F-14, F/A-18 등 해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2019년 4월 한국에 주한 미 해군 사령관으로 부임해 2년 가까이 재직한 지한파 장성이다. 그는 취임 당시 “한국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안보 유지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한·미 해군 간의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한 미 해군 사령관 근무를 마친 뒤에는 7함대 산하 제5항모강습전단장으로 영전했다. 5항모전단은 미 해군이 보유한 11척의 핵추진 항공모함 중 로널드 레이건을 주축으로 구성된 부대다. 1991년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수행한 걸프 전쟁, 2001년 9·11 사건 후 미국이 대대적으로 벌인 ‘테러와의 전쟁’ 등에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도넬리 제독이 임명될 뻔한 7함대 사령관은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해군 구성군 사령관을 겸임하며 두 나라의 해군 작전을 지휘한다. 지한파인 도넬리 제독이 7함대 사령관이 되길 기대했던 한국 입장에선 안타깝게 되었다.

김태훈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