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처리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전 장관은 16일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하여 관련 지적과 함께 우려를 표명하실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했다면, 그 또한 대통령으로서 지극히 정당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현재 특검의 수사상황에 비춰, 당일 회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의견에 역정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의 ‘역정’이 “행정부 내부의 의견교환 내지 의사소통 과정”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상대적으로 밝은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이라며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을 격노라는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고 했다.
2023년 7월 채 상병 사건 처리와 관련해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잇따라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고 특검에 진술하자,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이 내놓은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그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으로 결재를 번복했다는 입장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7월31일 오전 11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이 전 장관이 자신이 결재한 경찰 이첩을 번복하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전 장관 측은 “잘못된 의혹 제기에 소극적으로 그 관련 내용을 밝힐 수밖에 없었고,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의 말은 실질적인 대통령 기록물로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통령뿐”이라고 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로부터 걸려온 전화와 관련해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채 상병 순직 사건 초동수사를 이끌었던 박정훈 수사단장(대령)이 이날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며 “격노가 시작된 그 부분이 설이 아니라 사실로 증명됐으니 모든 것이 제대로 다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