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시중은행 행장들을 직접 찾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은행장들과 개별 면담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한은이 이번 사업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행장들과 30여분씩 독대했다. 전날 오후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오전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과도 차례로 면담했다. 이처럼 은행연합회 회의 등 공식적인 단체 일정이 아닌 1대1 면담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이다.
이 총재가 찾은 은행들은 모두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a)’에 참여 중이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국제결제은행(BIS) 주도로 각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실험적 지급결제 프로젝트로, 기관용 CBDC와 시중은행의 토큰화된 예금을 연계해 국가 간 결제 시스템 개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별도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에 대해서도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시중은행의 예금을 CBDC와 연계된 토큰으로 전환해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내 테스트 프로젝트다. 지난달 일반인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으며, 약 10만명 규모의 실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개별 면담을 바탕으로 이 총재는 오는 26일 6개 은행 행장들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티모시 애덤스 국제금융협회(IIF) 회장도 참석해 프로젝트 아고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지급결제 환경 변화와 금융안정 이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프로젝트 한강이 실제 운영 상황에 비해 시장의 관심이나 평가가 다소 낮았던 측면이 있다”며 “사실 한은은 2017년부터 관련 인프라를 꾸준히 준비해왔고, 이번에 총재가 직접 나선 것도 그간 준비한 역량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