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위대하고 모순적인…샘 올트먼에 대한 최초의 전기

2025-07-18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자신의 트위터(X) 계정에 짧고 절제된 발표문을 올렸다. "오늘 우리는 챗GPT를 출시합니다. 여기서 채팅해보세요. chat.openai.com” 그리고 짧게 덧붙였다. “제 생각에 언어 인터페이스는 대단한 일(big deal)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날 글로벌 인공지능(AI)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챗GPT의 시작이다. 불과 5일 만에 100만 명이 가입하고 2개월 만에 월 활성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앱으로 우뚝 선 이 혁명적 기업의 출발은 이처럼 놀랍게도 겸손했다. 훗날 공개된 인터뷰 등에 따르면 올트먼 역시 이 정도의 파급력은 예상하지 못했었다지만 이런 겸손(?)만 봐도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테크 브로(Tech Bro)’와는 분명 다른 지점이 있다.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신간 ‘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은 바로 이같은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아직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올트먼을 파헤치기 위해 그의 시작점인 가족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연대기 순으로 따라간다. 올트먼에 대한 최초의 전기인 셈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장점은 올트먼에 대한 정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인 저자는 올트먼의 가족과 친구, 교수, 멘토, 공동 창업자, 동료, 투자자 등 수백 명을 만나 250번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해 책을 완성했다. 올트먼과도 여러 번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올트먼이 가진 복합적이고 때로는 모순된 면모를 가감없이 담아낸 점도 눈길을 끈다. 예컨대 저자에 따르면 올트먼은 책 출간을 반대하며 “한 회사나 테크 혁명을 한 사람 때문으로 돌릴 경우 역사의 왜곡이 생길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업적이 부당하게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금세 또 다른 이유를 덧붙였는데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자신에 대한 전기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좀 이른 것 아니냐는 부담을 토로한 셈이다.

가장 매력적인 파트는 역시 올트먼이 실리콘밸리의 귀족으로 등극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다. 19살에 처음 스타트업 CEO가 된 뒤 벤처 투자가로 변모해 수천 개의 기술 기업을 성공시킨 일, 일론 머스크와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온 일 등 그의 협상력과 정치적 수완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2023년 11월 발생한 ‘해고 사태’는 현 시점 기준 올트먼 전기의 하이라이트다. 당시 이사회가 올트먼을 해고했는데 직원 770명 중 700명이 그를 복귀시키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위협해 5일 만에 복직이 이뤄진 사건이다. 책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스토리를 전하며 올트먼의 역량과 매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현 시대 가장 논쟁적인 CEO의 성장과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책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기술 용어가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맞물려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은 조금 아쉽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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