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 낙관론을 띄웠습니다. 올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다”던 입장과는 완전히 달라졌죠. 그는 반년 만인 이달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로지’에서 “양자컴퓨팅이 변곡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머지 않았음을 강조했습니다.
아마도 엔비디아로서는 양자컴퓨터 산업이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GPU가 오늘날 인공지능(AI) 연산에 최적화한 슈퍼컴퓨터 핵심 부품으로 쓰이듯 이를 뛰어넘는 양자컴퓨터에도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죠.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와 관련해 “(최신형 GPU) GB200 NVL72 시스템이 양자컴퓨팅의 유용성을 강화한다”며 “혁신을 통해 양자 컴퓨팅 업계는 유용한 대규모 양자 컴퓨팅에 필요한 ‘양자·GPU 통합’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양자컴퓨터와 GPU 간 시너지를 제시했습니다. 대표적인 시너지는 ‘양자 오류 정정’입니다. 양자컴퓨터 개발사들은 여러 큐비트에게 동일한 계산을 맡긴 후 그 결과를 크로스체크해 정확도를 높이는 ‘논리적 큐비트’ 기술로 큐비트의 태생적 오류 가능성을 줄입니다. 이때 큐비트들의 계산을 비교하고 취합해 하나의 논리적 큐비트 값으로 도출하는 과정도 결국 컴퓨터가 할 일인데요. 이는 지금의 GPU 기반 슈퍼컴퓨터가 잘 해낼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가 결국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엔비디아는 “양자 오류 수정에 필요한 디코딩 알고리즘은 기존 컴퓨팅 하드웨어에서 실행된다”며 “GB200 NVL72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디코딩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데 500배 빠른 속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의 ‘양자 GPU 슈퍼컴퓨터’는 양자 오류 수정을 기반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며 “큐비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복잡한 디코딩 알고리즘을 통해 오류를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제어 프로세스”라고 덧붙였습니다.
엔비디아는 또 더 우수한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낮은 노이즈(잡음)의 큐비트 설계에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하며 양자컴퓨터용 훈련 데이터를 AI로 생성하고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의 장점을 섞어서 쓰는 하이브리드(혼합) 컴퓨팅을 구현하는 데도 GPU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에 이미 아이온큐와 손잡고 양자·GPU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술을 선보인 적 있습니다. 올 3월에는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사상 첫 양자세션 ‘퀀텀데이(양자의 날)’를 열고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때 양자컴퓨터가 GPU 기반 슈퍼컴퓨터를 대체할 것이라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지만 황 CEO는 반대로 그 안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모습입니다. 양자컴퓨터 시대에 그의 GPU 공진화 전략이 정말로 통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