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승인" 트럼프의 '말'은 얻었지만…현실적 관문 겹겹

2025-10-30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을 둘러싼 '말'의 속도가 빠르다. 29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핵잠 연료 공급을 공개 요청한 직후 대통령실은 양 정상 간 "공감" 형성을 발표했고, 30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말만으로 핵잠 보유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핵연료 공급과 관련 기술 이전은 비확산 체제 수호 측면과 맞물린 데다 별도의 협정 체결 등 복잡한 법적 절차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조만간 공개될 한·미 공동 팩트시트(Joint Fact Sheet)에도 핵잠 관련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건조 승인’ 등 구체적 표현을 담기보다는 양국이 후속 협의를 이어간다는 취지로 반영될 계획이라고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핵잠 확보를 위한 향후 절차에 대해 "법적인 절차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기존의 한·미 원자력 협정은 군사적 목적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뭔가 조정을 해야만 절차가 완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한·미가 맺은 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이다. '폭발 또는 군사적 적용 금지'(13조) 조항을 명시, 한국이 원자력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촘촘히 제한했다. 따라서 한·미 정상이 논의한 '다른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한 핵잠'은 현행 원자력협정을 근거로 할 수 없다는 견해가 다수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대표를 지낸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미가 논의 중인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나 폭발장치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사안은 현 협정과는 별도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별개의 합의나 협정 형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오커스(AUKUS, 미·영·호 간 안보동맹)와 유사한 형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년 체결된 오커스 협정은 호주가 8척 이상의 핵잠수함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핵물질을 핵잠 보유국인 미국과 영국이 공여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두고 중국은 "호주에 대규모 핵물질을 이전하려 한다"며 "명백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고 반발해왔다. 전 세계에서 핵잠을 보유한 국가는 NPT에서 인정받는 5대 핵보유국(P5,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을 개발한 인도뿐이기 때문이다.

한·미의 핵잠 도입 논의가 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이는 일본·대만의 핵무장 움직임을 자극할 수도 있다.

비확산에 엄격한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도 한·미 간 협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핵물질의 종류에 따라서는 해외 이전시 미 의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고농축우라늄(HEU) 사용은 비확산·외교 리스크가 커서 저농축 또는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사용하는 원자로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미국의 협조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세이프가드)와 정합성도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뿐 아니라 수출통제, 기술이전 승인, 핵공급국그룹(NSG)과의 협력,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 반응 관리,국내의 사회적 수용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잠 도입 승인은 당장 외교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제 한국이 핵잠을 건조·보유하게 되는 것은 한·미 양국 간 협정, 제도적 기반 마련, 국내 절차, 장기에 걸친 예산투입, 군사 기술적 역량과 운영유지 능력이 구비돼야 하므로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내에서 핵무장 지지 여론이 꾸준히 높은 건 역설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가 여전히 한국을 에너지 안보상 주의를 요하는 '민감국가'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절차적 측면에서는 특별법을 통하면 관련 절차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는 한국이 직접 미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승인한 것인지 여부나 미국 회사가 기술 이전을 어느 정도까지 제공하는지 등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위원은 "생존 가능한 2격(반격) 능력 확보 차원에서 오래 잠항이 가능한 핵잠이 필요하다는 논리나 중국 등 역내 안보 위협 증강에 대응할 필요성 등을 강조해야 미국과 국제사회 설득에 용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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