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오자, 시티 필드를 가득 채운 뉴욕 메츠 팬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톰 시버, 드와이트 구든 등 메츠 역사를 상징하는 슈퍼 에이스들조차 하지 못했던 기록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지 보름도 안된 새내기 투수가 해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메츠의 2001년생 특급 유망주 투수 놀란 맥린이다.
맥린은 28일 시티 필드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을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날 메츠는 필라델피아에 6-0으로 이겼고, 맥린은 승리 투수가 됐다. 올 시즌 메츠 투수들 가운데 한 경기에서 8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데이비드 피터슨과 맥린, 두 명 뿐이다.
또 메츠는 이날 승리로 필라델피아와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꺼져가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싸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메츠(72승61패)와 필라델피아(76승57패)의 격차는 4경기로 줄어들었다.
메츠가 2023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뽑은 맥린은 150㎞ 중반대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싱커, 여기에 스위퍼와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고루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 유망주다. 올해 더블A와 트리플A 도합 21경기(18선발)에 등판해 8승5패 평균자책점 2.45의 뛰어난 성적을 냈다. MLB 파이프라인 랭킹에서 메츠 유망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맥린의 고질적인 문제는 제구였다. 지난해 상위 싱글A와 더블A에서 9이닝 평균 볼넷이 3.4개였던 맥린은 올해에는 4.0개로 더 늘었다. 대학 시절에도 9이닝 평균 볼넷이 5개를 넘어갔을 정도로 볼넷이 많은 것이 흠이었다.
맥린은 지난 17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MLB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5.1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겼다. 삼진을 8개나 잡았지만, 볼넷도 4개를 내주는 등 제구 문제는 여전했다.
그런데 이후 등판에서 볼넷이 사라졌다. 2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을 내주지 않았고, 이날 역시 볼넷은 없었다.

맥린은 7회까지 단 두 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필라델피아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러다 8회초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알렉 봄과 맥스 케플러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에 몰렸다.
하지만 신인 투수를 위한 동료들의 수비가 빛을 발했다. 맥린은 다음 타자 닉 카스테야노스를 우익수 플라이, 그 다음 타자인 브라이슨 스톳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이 과정에서 3루 주자 봄이 홈을 노려봤지만 우익수 후안 소토와 좌익수 브랜든 니모의 강력한 홈 송구가 봄의 홈 쇄도를 저지했다. 안정을 되찾은 맥린은 해리슨 베이더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고 홈팬들의 기립 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승리로 맥린은 메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데뷔 첫 3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최초의 메츠 투수가 됐다. 시버, 구든 같은 팀의 전설적인 투수들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평균자책점도 0.89로 뛰어나다.
2주 전 데뷔전을 앞둔 맥린에 대해 “그를 구세주라고 부르지 마라”며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던 카를로스 멘도사 메츠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와우’ 뿐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츠는 오는 30일 MLB 파이프라인 랭킹에서 팀내 4위에 오른 ‘포스트 팀 린스컴’ 조나 통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맥린이 성공적으로 데뷔한 상황에서, 통까지 인상적인 데뷔를 할 수 있다면 메츠 마운드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