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수더분하면서도 가족간의 알콩달콩한 얘기, 그리고 어린 시절 소꿉친구가 생각나는 글. 정감 어린 글속에는 어린 시절부터 중·장·노년에 이르까지 자연을 닮은 나이테를 고스란히 담아 추억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노영희 작가의 수필집 ‘처음 만났을 때 너는’는 처음이 아니라 오랜 옛친구를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다.

작가는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데 민달팽이를 처음 보았을 때 너무 놀랐고 징그러웠다. 태어날 때부터 그 모습으로 태어나 그렇게 자랄 때까지 숨어서 생명을 유지했을 텐데 가엾다는 연민이 솟아올랐다. (중략) 민달팽이의 길고 긴 발자국을 따라가 본다.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미안해. 이제는 눈에 띄지 말고 꼭꼭 숨어 있어라. -본문 ‘처음 만났을 때 너는’ 본문중에서
노영희 작가의 수필집 '처음 만났을 때 너는'에 실린 작품 '처음 만났을 때 너는'의 일부다. ‘민달팽이 소동’이라는 생활 속 에피소드를 진솔하고 단출하게 그려낸다. 처음엔 혐오스럽게 느껴졌던 민달팽이를 점차 연민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담백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민달팽이의 일생을 보며, 작가는 단순한 연민을 넘어 조용한 격려와 응원을 건넨다. 화분에서 우연히 발견된 민달팽이에 대한 소소한 일화를 통해, 작가는 인간의 삶과도 맞닿아 있는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로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 우리 주변의 존재들도 낯설거나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쓰며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게 해주는 글이다.
안성 출신의 노영희 작가는 2001년 '문예사조'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경기도백일장 시 부문 최우수상 △CJ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기후환경 분야에 관심도 깊어 △지구의 날 자연보호 백일장 최우수상 △전국 환경보호 논문 공모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을 통한 생태 감수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박미경 인천대학교 전 초빙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글의 뿌리는 그의 고향 산천에서 아직도 자라며 털끝으로 양분을 빨아들이고 옆 생명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대지에서 자란 언어, 바람 타고 흐르는 글 향기"라고 평했다.
시인이며 영화감독인 우호태 작가는 “작가의 마법으로 제맛, 제멋을 지닌 문장으로 거창하지도 유치하지도 않게 인생 뜰을 그렸다. 여성 눈길에 담아 특유의 글맵시로 사시사철과 지난 세월이 아롱아롱 돌아가 마치 거실에 앉아 다정한 한 편의 흑백영화의 감상"이라며 전했다.
수필집 전체가 담고 있는 정서는 ‘소박함’과 ‘진심’이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과 자연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서정적인 글로 삶의 속살을 보여준다. 현재는 화성시에서 독서문화 확산에 앞장서며,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독서지도와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