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계엄으로 구성된 ‘윤석열퇴진울산운동본부(이후 내란청산, 사회대개혁 울산운동본부로 개칭)는 윤석열 파면 이후 설문조사-광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를 진행한 바가 있습니다.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이 어떤 생각에서 활동했는지 부족하나마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고 또 앞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유의미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참여자 수가 많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서술형 문항 등에서 높은 빈도 등을 감안하면, 적극적 참여자 또는 열성적 참여자들의 목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계엄에서 파면까지 참여한 이유를 물은 항목’에서는 계엄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행위와 그에 동조한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출발은 파면 이후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시민 주권과 참여, 정치지도자의 도덕성, 검찰·사법 권력의 통제, 정치개혁과 제도 개편, 민주공화국 수호와 같은 정치·사회 구조의 대개혁 요구를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한편으로 내란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마무리가 늦춰지면서 장기간의 정치적 불안정과 충격에 따른 피로 누적 그리고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맞이하면서 반복되는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울산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아쉬움, 초조감을 표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른바 ‘빛의 광장’에 참여하셨던 분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기 정부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책 과제를 보면 가장 많이 손꼽은 것이 공동 1위였는데 ‘국가제도: 지방자치, 선거제도 및 권력구조 개편, 수사기관 개편 및 국가권력 통제 강화’와 ‘경제와 민생: 소득/자산 양극화 해소, 공정 시장 질서, 조세 정의, 경제 민주화 등’이었습니다.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국민과 동떨어진 정당, 내란범을 특혜적으로 풀어주는 법원과 항소조차 않는 검찰 등을 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악화되는 경제 특히 계엄 이후 급격하게 위축된 경기에 대한 우려가 많아 보입니다. 한편으로 내란 국면으로 더 강하게 표출하기 시작한 극단주의 세력의 배경에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소외되는 계층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어 2순위로는 ‘기후 위기: 에너지 세제개편, 기후생태 위기 대응 강화’, ‘노후 핵발전소 폐쇄 등’이었고 3순위가 ‘내란 종식: 내란 규명 및 재발 방지 제도개혁’이었습니다. 정치적,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차기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에 답한 것을 정리해 보면 내란 세력에 대한 책임, 정치·사법 권력의 유착 해소, 불평등 심화 대응, 기후 위기 등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과제들이 도출되었습니다. 내란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도개혁이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또한 그간 정치제도 개혁 의제로 늘상 제기되었지만 미완에 그쳤던 결선투표제·비례대표제 도입과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을 통해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차별 금지, 기본소득과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민생 안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분명합니다. 노후 원전 중단과 재생에너지(RE)100 기반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며, 남북 화해와 평화 협력을 통해 안보와 경제의 선순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광장의 요구, 시민의 요구입니다. 단순히 대통령 누구를 뽑는 것이 아닌, 내란 세력의 압도적 패배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 더 나아가 우리가 만들고 살아야 하는 사회에 대한 구체적 요구입니다. 이번 대선은 이런 미래를 실현하는 과정의 출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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