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에 中에 밀착하는 베네수엘라…초대형 유조선 2척 중국행

2025-12-19

베네수엘라가 중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 2척의 출항을 허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입·출항하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봉쇄 명령을 내린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은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로이터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주요 석유 수출 항구인 호세항에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 2척이 중국을 향해 출항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유조선들은 최근 몇 년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해왔으며, 이번에는 선박 추적용 송신기를 끈 상태로 각각 약 190만 배럴의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메레이·Merey)를 싣고 중국으로 떠난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6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는 동시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선적한 초대형 유조선 6척과 관련 해운 회사들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또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전면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합법적인 유조선’의 항행은 보장하기로 했다.

로이터는 이날 출항 허가를 받은 유조선들이 미국이 제재를 결정한 선박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은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에 속한다고 전했다. 그림자 함대란 국제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석유 수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선박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들 선박은 보통 선적 위치를 숨기거나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서방 보험사와 항만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95만 2000배럴 이상 원유를 수출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미국이 동태평양 공해상에서 마약 운반 추정 선박을 격침하고, 최근엔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제재를 본격화한 뒤에는 원유 수출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더욱 의존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80%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VIP 고객’이다.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된 12월에도 중국의 수입량은 하루 평균 6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중국과 베네수엘라가 외교적으로 밀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조선 봉쇄 조치를 명령한 직후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과 통화를 가진 뒤 베네수엘라 지지 성명을 냈다. 왕이 부장은 성명에서 “중국은 ‘일방적인 괴롭힘’에 반대한다”며 “베네수엘라는 다른 나라들과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발전시킬 권리가 있으며 중국은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가 유엔(UN)에 미국을 비판하는 회의 개최를 요청한 것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앞서 지난 17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장시간 통화를 갖고 미국의 ‘공격 행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제재 속에서도 미국 석유 기업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으로부터 특별 허가(제재 유예)를 받은 미 기업 ‘셰브론’은 이번 달에만 두 차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선적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제재에 따른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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